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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비행기 지연 민폐 논란에 대놓고 까방권(?) 쓰는 기자 [온라인와글]

기사 입력시간 : |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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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잘못한 판단은 비판하되, 그가 살아온 시간까지 지우지는 말자

지난주 온라인이 또 떠들썩했다.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비판받았던 방송인 박수홍이 홈쇼핑 생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 때문이다. 논란 이후의 방송 출연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제목 그대로, 대놓고 박수홍의 편을 들어보려는 글이다.

제목에 쓴 ‘까방권’은 ‘까임 방지권’의 줄임말이다. 누군가를 비난한다는 속어 ‘까다’에서 나온 표현으로, 과거의 공로나 선행을 생각해 이후의 실수에는 한 번쯤 너그럽게 대하자는 의미로 쓰인다. 실제로 존재하는 권리는 아니다. 대중이 누군가에게 쌓아온 호의와 신뢰를 인터넷 식으로 표현한 말에 가깝다.

다만 출발점부터 분명히 하자. 박수홍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승객들이 겪은 불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는 말도 아니다. 잘못한 장면이 있다고 해서, 그 장면 하나로 한 사람의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일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연예인은 국민에게 공적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와는 다르다. 그렇다고 대중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직업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대중의 관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고, 그 사랑을 통해 큰 경제적 보상을 얻기도 한다. 더 신중한 행동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 점에서 박수홍의 이번 판단은 아쉽다.

사건은 8월 23일 인천에서 괌으로 향하는 항공편에서 벌어졌다. 박수홍의 설명에 따르면, 탑승 직후 아이가 착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울자 긴 비행 동안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걱정해 내리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기내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진정되자 그 의사를 번복했고, 위탁수하물을 내렸다가 다시 싣는 과정에서 항공편 출발이 지연됐다.


(출처 : 대한항공)

여기서 바로잡아야 할 사실도 있다. 실제로 비행기에서 내렸다가 다시 올라탄 것은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승객이 항공기 밖으로 나가기 전에 하차 의사를 철회한 상황이며, 일반 승객과 동일한 원칙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가 밝힌 해당 항공편의 출발 지연 시간은 승객 및 안전 관련 사유로 51분이었다. 적어도 항공사의 설명은 ‘유명인이어서 특별히 다시 태워줬다’라는 주장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승객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각자의 일정과 약속, 기대하던 여행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를 걱정한 마음이 다른 사람의 불편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기다려야 했던 승객들은 충분히 화가 날 수 있고, 그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아이의 울음과 어른의 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와 함께 이동해본 사람이라면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과 주변에 미안한 마음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품에 안아도, 달래도 울음이 멎지 않을 때 부모는 아이의 얼굴과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게 된다.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그 당혹감까지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이를 포용하는 일과 부모에게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일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아기의 울음을 잘못으로 취급해서도 안 되고, 아이가 울었다는 이유로 부모의 모든 선택이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다.


승객에게 사과하는 박수홍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박수홍은 이후 공개한 사과문에서 항공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했다. 승객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고 항공사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사과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던 선택이 오히려 더 큰 불편으로 이어진 셈이다. 결과는 비판하되,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무시한 행동이었는지까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박수홍을 설명하는 데는,

그날의 비행기 밖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살피려면, 논란이 된 그날뿐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행동도 함께 봐야 한다. 박수홍과 경기 동두천 애신원의 인연은 2001년 시작됐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그 인연은 한 차례의 촬영으로 끝나지 않았다. 2026년까지 25년에 걸쳐 후원과 방문이 이어졌다. 2019년에는 시설 건물 전체의 석면 제거 공사도 지원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애신원과의 인연 (출처 : 애신아동복지센터)

25년이라는 숫자를 잠시 생각해 보자. 한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같은 곳을 마음에 두고 관계를 이어가는 일은, 한 번 큰돈을 내는 일과는 또 다른 무게를 갖는다. 더 마음에 남는 것은 2021년의 일이다.

당시 애신원은 낡은 차량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설 관계자는 박수홍이 1,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가족과 관련한 금전 피해로 자신도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그는 도움을 건네면서도 오히려 “더 많이 못 도와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도 힘든 일을 겪고 있으면서, 도움을 청한 사람에게 충분히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마음. 이 대목에서 선행은 단순한 기부금 액수를 넘어선다.?

살다 보면 남의 사정을 살피기는커녕 내 사정 하나 감당하기도 버거운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도 다른 사람에게 내밀 손을 거두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 인연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올해 1월에는 박수홍의 기부 방송 프로젝트 출연료 전액인 1,000만 원에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를 더해 마련한 기부금 1,500만 원, 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의 500만 원 상당 물품이 애신원에 전달됐다. 총 3,000만 원 상당의 지원이었다. 박수홍은 직접 방문해 아이들과 체험 활동을 하고 식사 준비와 배식에도 참여했다.

자신의 가족이 받은 도움을 다른 가족에게 돌려주려는 나눔도 있었다. 2025년 3월에는 부부의 유튜브 수익금과 사비를 모아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에 총 3,300만 원을 전달했다. 어려움을 겪는 산모와 아이, 난임 부부 등을 돕기 위한 기부였다. 그의 손길은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유기묘 다홍이를 가족으로 맞아들인 박수홍은 국경없는 수의사회 홍보대사로 위촉됐고, 반려동물과 맺은 인연은 유기동물을 돕는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출처 :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2022년 3월에는 손헌수와 함께 경기 용인의 사설 동물보호소를 찾아 개들이 생활하는 견사의 모래를 교체하는 봉사에 참여했다. 수레를 끌고 직접 모래를 나르며 생활 공간을 정비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내 곁의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보호소에서 지내는 다른 동물들의 생활 공간까지 향한 것이다.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직접 시간을 내어 일손을 보태는 행동 사이에는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건너간 모습이 기록에 남아 있다.


(출처 : 국경없는 수의사회)

누군가에게는 모래를 바꾸는 일이 그저 고된 허드렛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생명에게는 자신이 눕고 쉬는 자리를 돌봐주는 일이다. 선함은 때로 거창한 말보다, 다른 존재의 하루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기꺼이 내어주는 시간에서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기부금의 합계를 크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돈을 보내는 일에도, 직접 찾아가 일손을 보태는 일에도 다른 존재의 사정을 돌아보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가 내세운 이야기보다,

도움받은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

선행의 기록 못지않게 눈길이 가는 것은 그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진 방식이다. 2022년 보도에 따르면 애신원 측이 박수홍의 선행을 알렸지만, 정작 그는 부끄러워하며 이야기하기를 꺼렸다고 한다. 적어도 자신의 봉사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보다 조심스러워했던 모습이 보도에 남아 있다.

그의 선행을 설명하는 목소리 중에는, 자신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 나열하는 당사자의 말보다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의 말이 있었다. 2022년 방송에는 그가 오랫동안 후원해 온 아동복지센터의 퇴소자들이 등장했다. 어른이 된 이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박수홍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중 한 사람은 “수홍 아저씨는 어릴 때 정말 좋은 추억을 주셨다. 그 추억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출처 : MBC 실화탐사대)

기부한 사람에게는 오래전의 어느 하루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도움받은 사람에게는 어른이 된 뒤에도 꺼내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건네는 일과, 그 사람이 힘들 때 붙잡을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일. 때로는 그 두 가지가 같은 일이라는 것을 이 말은 보여준다.

동료가 기억하는 박수홍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방송에서 유재석은 박수홍의 착한 심성과 성품이 변하지 않았다며 “형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누가 더 선한지 순위를 매길 필요는 없다. 공개된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박수홍은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삶에 좋은 기억을 남겨온 사람이다. 그 시간을 한꺼번에 ‘이미지’라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말이 너무 구체적이다.


(출처 : MBC 실화탐사대)??

선행은 면죄부가 아니다.

그렇다고 없는 일이 되어서도 안 된다

여기까지 읽고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좋은 일을 많이 했으니 이번 잘못은 눈감아주자는 이야기냐고. 그런 뜻이라면 ‘까방권’에 동의하기 어렵다. 기부는 다른 사람의 시간을 함부로 써도 되는 이용권이 아니다. 선행의 수혜자와 이번 일로 불편을 겪은 승객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누군가 받은 도움으로 다른 누군가의 불편을 대신 갚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 잘못한 판단이 있었다는 이유로, 오래 이어온 배려와 선행까지 모두 거짓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한 사람의 인격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 평소의 행실을 살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이 남을 무시하는 반복된 태도에서 비롯됐는지, 당황한 상황에서 나온 미숙함이었는지, 잘못한 뒤 책임을 인정했는지에 따라 평가의 무게는 달라져야 한다.

박수홍은 자신의 판단이 미숙했다고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 사과를 받아들일지는 불편을 겪은 사람들의 몫이다. 제삼자가 나서서 이제 그만 화를 풀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직접 피해를 겪지 않은 우리가 그보다 더 큰 처벌을 끝없이 요구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출처 : 박수홍 인스타그램)

그가 다시 방송에 나왔다고 해서 사과가 곧바로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과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조건 오래 보이지 않는 일만이 아니라, 이후의 행동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박수홍에게 더 신중하라고 요구하자.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무겁게 여기라고 말하자. 앞으로의 행동도 지켜보자. 하지만 방송에 모습을 비치는 것 자체를 뻔뻔함의 증거로 삼거나, 이번 일을 이유로 그가 쌓아온 모든 신뢰를 한꺼번에 폐기할 필요는 없다.

사람 사는 세상,

잘못 다음의 삶도 남겨두자

사람 사는 세상이다.

좋은 마음으로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남을 배려하려다 오히려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 평소 신중했던 사람도 낯선 상황에서는 미숙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책임을 묻는 일의 끝이 반드시 한 사람을 끝없이 미워하는 일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했다. 앞으로는 더 조심해라.”

그 말을 한 뒤에, “그래도 당신이 살아온 시간을 전부 잊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까지 건넬 수는 없을까. 우리가 누구를 다시 믿어보는 이유는 그 사람이 완벽해서만은 아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뒤의 태도와, 그 이전에 오래 쌓아온 행동을 함께 살피는 것은 무조건적인 감싸기가 아니다. 사람을 조금 더 온전하게 보려는 노력이다.

선한 행동을 오래 이어가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면, 그 선함을 기억하는 방식에도 조금은 너그러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이유로 실수를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실수했다는 이유로 좋은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까지 부정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박수홍을 향해 아쉽다고 말할 수 있다. 실망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오랫동안 다른 이들에게 힘이 돼온 사람이 이번의 잘못을 돌아보고 다시 제자리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 두 마음은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만큼은, 제목에 붙인 ‘까방권’이라는 조금 불편한 말을 감수하려 한다. 그것이 비판을 금지하는 권리라면 반대다. 그러나 잘못한 하루를 넘어,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도 함께 봐주자는 요청이라면 기꺼이 동의한다.

승객들이 겪은 불편을 잊지 않으면서도 박수홍에게 다시 잘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책임을 묻되 돌아올 자리까지 없애지는 않는 것. 그것 역시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필요한 태도 아닐까.

그가 남긴 좋은 기억들이 이번의 잘못을 지워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의 잘못 역시, 그 좋은 기억들을 지울 수는 없다.


박민규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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