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의 주식 1주당 100만 원 돌파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듯, 미국에서도 미국 증시 상장사의 주당 가격 1,000달러는 ‘꿈의 주가’라고 불리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주당 1,000달러 클럽에 해당되는 기업은 현재까지 14개 기업이었으며, 지난 5월에는 여기에 15번째 새로운 기업이 클럽 가입의 소식을 알렸다. 기술주 중에서는 주당 1,000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프라이스라인 그룹에 이어 두 번째 가입 멤버가 된 그 기업은 바로 ‘아마존닷컴’이었다. 아마존닷컴은 1997년 상장 이후 20년 만에 주당 1,000달러를 돌파하며, 지금도 끝을 모르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빠르게 성장한 인터넷 서점 유통 사업

아마존닷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

1964년생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 Jeffrey Preston Bezos)는 컴퓨터 과학과 전기공학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금융 기업인 뱅커스 트러스트의 최연소 부사장의 직함을 가지고 있던 그는 이직한 회사에서 만난 데이비드 E.쇼(David E Shaw)와 함께 인터넷 사업에 대한 구상 끝에 1994년 7월 인터넷 서점 사업을 위해 ‘카다브라(Cadabra)’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이 회사는 설립 7개월 후 사명을 ‘아마존’으로 바꾸게 된다.

사명 변경 이후 아마존닷컴은 웹사이트의 서비스를 개시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중간자 역할을 고려한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은 서비스 개시 3일 후 야후의 추천 사이트 페이지에 등록이 되고, 1주일 만에 1만 2천 달러의 주문을 수주하게 된다. 하지만 직접 물류를 관리하는 것이 아닌 중개자적 입장에서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이들은 초기 물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846달러만큼만 배송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의 주문을 아마존닷컴이 재차 도서 유통업체에 전달하고, 그 책을 받아서 다시 주문자에게 배달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배송시간의 면에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직접 증명한 아마존닷컴은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금 유치에 집중했고, 이듬해에는 6,0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아마존닷컴, 오픈 마켓으로의 전환

영화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리뷰 사이트, IMDB

서적, 음반에 이어 아마존닷컴이 투자한 분야는 영화 DVD 판매 분야였다. 영화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인 IMDB를 인수하고 영화 리뷰 정보를 제공하던 아마존닷컴은 1998년 11월부터는 영화 DVD 판매를 시작했다. 점차 아마존닷컴은 여러 종류의 제품들을 소매상들과의 계약을 통해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식으로 사업영역의 확장을 이뤄가기 시작했다. IMDB에 이어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익스체인지닷컴, 온라인 활동 정보를 수집하는 알렉사 등을 인수합병하고, 온라인 약국, 애완동물 분야, 아웃도어 스포츠 장비 판매 플랫폼, 온라인 와인 판매사 등 이들은 온라인 커머스에 관계된 회사라면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개시한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닷컴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거론되던 기업이 있다. 바로 ‘이베이’다. 누구든지 상품을 판매하는 활동이 가능한 이베이는 세계 1위의 온라인 경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98년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에 있는 경매 사이트인 업포세일닷컴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인수한 이베이는 얼핏 아마존닷컴과 유사한 형태의 온라인 커머스 기업으로 여겨진다. 이 두 회사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아마존닷컴은 온라인 중개를 넘어서 자체 재고를 보유하고 판매하는 유통 기업이라는 점이다. 1999년 3억 달러를 투자해 물류 센터를 확장한 아마존닷컴의 물류 관리 직원은 전 세계적으로 3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자체 물류 유통, 관리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한 아마존닷컴은 현재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존닷컴이 창업 이후 항상 승승장구해 온 것은 아니다. 닷컴버블이 꺼진 2000년대 전후로 아마존닷컴은 인수한 기업들 대부분이 도산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적자 규모는 7억 달러를 넘어섰고 부채 규모는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아마존닷컴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선택한 방법은 직원의 감축과 아마존닷컴의 오픈 마켓으로의 전환이었다. 2000년 발표된 ‘마켓플레이스’라는 새로운 기능은 아마존닷컴의 직판매 제품과 입점 소매상들의 제품을 나란히 놓고 판매하는 오픈 마켓 시스템이었다. 이를 통해 2002년부터 다시금 흑자를 내기 시작한 아마존닷컴은 이듬해 비성수기에 처음으로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 최초로 연간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연이은 사업 확장, 한계를 모르다

머지않은 시기에 아마존닷컴은 드론을 본격적으로 택배 배송에 활용할 예정

아마존닷컴이 온라인 커머스에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는 분야는 웹서비스 분야다. 2002년 이들은 자사의 데이터 베이스와 서비스를 오픈 API(Open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로 공개해, 다른 웹사이트들이 아마존닷컴의 정보를 이용하고 아마존닷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개 후 큰 호응을 받은 이 사례를 시작으로, 아마존은 자사의 웹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2006년 아마존닷컴은 자사의 웹 서버를 외부 기업에 임대해 주는 클라우드 서비스, 타사의 파일을 아마존닷컴 서버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심플 스토리지 서비스를 내놓았다. 다른 기업들이 자체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운영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ICT 공룡들은 이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그 덕에 이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연간 100%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주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작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에서의 아마존닷컴의 점유율은 약 45%가량으로 집계된 바 있다. 현재 AWS는 아마존닷컴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아마존닷컴은 2007년, 전자상거래와 웹서비스에 이어 자사 사업의 큰 축이 될 또 하나의 사업을 개시했다. 바로 전자책을 위시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었다. 2007년 11월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Kindle)’을 출시하며 디지털 단말기 제조 및 유통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아마존닷컴은 2011년에는 안드로이드 단말기 유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앱스토어를 오픈했으며, 2014년에는 자체 제조 단말기인 파이어 폰을 선보이게 된다.

아마존닷컴의 성공 요인

국내에서도 많은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이 AWS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이 시장에서 초기에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은 다른 어떤 업체들보다 빠르게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진출해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친 덕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장에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그 성장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퍼스트무버였던 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철저히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타사와의 차별을 도모했다는 점을 들어야 할 것이다. 구매자의 신원 정보와 결제 방식을 파악해 시스템에 입력해 놓고, 편리하게 반복 결제를 할 수 있는 ‘원클릭 결제 시스템’은 아마존닷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1996년 아마존닷컴이 선보인 ‘북매치’ 기능은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의 교본과도 같은 기능이었다. 고객들이 수십 권의 책에 평점을 주도록 해 취향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관심 분야를 파악해서 그에 따라 책을 추천하는 도서 추천 서비스인 북매치는 이후 발전을 거듭해 아마존닷컴의 개인별 맞춤 서비스의 근간이 되었다. 아마존닷컴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개인화에 관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가고 있으며, 또 이는 고스란히 아마존닷컴 A.I 개인비서 개발의 노하우로 녹아들어 가고 있다.

거대 기업이 된 아마존닷컴이 현재 펼치는 주된 전략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층을 직접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단순히 단말기를 판매해 1차적인 수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보급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해 2차 수익을 노리는 전략은 오직 아마존닷컴만 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킨들이다. 2011년 출시된 킨들 파이어의 경우에는 단말기 판매마진을 최소화시켜 200달러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판매를 개시해, 1분기 만에 400만 대 판매의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런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아마존닷컴은 현재 전자책 콘텐츠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아마존닷컴이 대단한 점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당장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또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현재의 공룡 아마존닷컴을 만들어 낸 가장 큰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