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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 영입의 끝에서, IT 개발자들은 과연 행복해졌나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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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ICT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까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모두의 생활을 강타한 상황 속에서도 ICT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고,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어려움을 겪을 때 성공적으로 재택근무 병행 태세를 갖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경쟁적으로 펼쳐진 개발자 영입 경쟁으로 인해 종사자 개개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업들도, 노동자들도 모두 다른 분야의 그것보다 좋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선망의 직장이 된

네카라쿠배

올해 상반기에 많은 기업들이 개발자 영입 경쟁에 나서며 높아진 연봉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게임사들로부터 시작된 개발자 영입 경쟁은 ICT 분야 전반으로 번졌고, 저마다 개발자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매체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개발자들이 유망한 직종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일부에서는 안정적인 취업을 위해 자녀들에게 일찌감치 개발자로 진로를 택하도록 종용할 것을 유도하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잡플래닛이 선정한 2020년 상반기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 대부분이 IT기업이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부터는 ‘네카라쿠배’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ICT 산업을 대표하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을 지칭하는 것이다. 주로 매체는 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를 쓸 때 국내 재벌가의 대기업들 못지않게 이곳들이 좋은 직장이라는 점과, 청년들이 이곳으로 취업하기를 강하게 바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복장도 자유롭고 호칭도 딱딱하지 않은, 개개인의 창의력이 존중될 수 있는 그런 직장으로 국내 ICT 기업들의 인식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어진 비극적 참상들

하지만 점차 이것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국내 최대의 ICT 기업에서 벌어진 참극이었다. 네이버의 한 직원이 격무에 따른 괴로움을 호소하는 메모를 남긴 채 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실상에 대한 폭로들이 이어졌다. 직장들 대상의 폐쇄형 SNS인 ‘블라인드’에는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리는 글이 수시로 게시되고 또 지워졌다.

▲네이버 직원의 극단적 선택은 공중파 뉴스를 타면서 알려졌다

안타까운 사건은 연이어 벌어졌다. 네이버 직원의 참상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뉴스로 전해지고 화제가 되자,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전해진 것이다. 이번에는 대형 게임사였다. 매체들이 앞다퉈 넥슨이 프로젝트 중단 등으로 업무가 재배치돼야 하는 직원들에게 3개월의 대기발령을 내리고 임금도 기존의 75%만 지급했다는 이유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넥슨 노동조합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카카오 또한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였다.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6가지 항목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카카오에서는 일부 직원에게 법정 상한선인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도록 하고, 임산부가 초과 근무를 하기도 한 사실이 알려졌다. 만약 최대 3개월의 시정 기간 동안 위반 사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카카오에는 검찰 송치, 사법 처리,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IT 대기업 개발자 직군은 선망을 받았다

잠깐이나마 대중들로부터 ‘꿈의 직장’ 취급을 받았던 ICT 개발직군에 대한 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체 모두가 높은 몸값을 부르며 영입 경쟁을 펼치던 개발자 직군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회사 내부의 정치의 문제, 임원진과 프로젝트 리더 개개인의 인성 문제, 상명하복의 사내 분위기 등 현재의 상황을 야기한 요소들은 실로 많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는 산적한, 상존하고 있는 문제들 이전에 이 한 달 사이에 벌어진 IT 업계 전반의 참상들에 보다 집중해보고자 한다.

IT 기업 전반에 퍼진

폐해에 대해

네이버에서 일어난 참상은 ‘인재’임이 분명하다. 이전부터 내부 직원들은 금번에 논란이 된 과제책임자를 성토하는 의견을 임원들에게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행위들은 계속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상황은 개선되지 못했던 것일까. 어째서 임원들의 직무가 정지 처리되고 외부기관을 통해 조사를 벌여야만 하는 상황까지 사태를 몰고 간 걸까.

▲손익에 대한 판단이 빠르기에 ‘손절’의 타이밍도 그 어느 곳보다 빠르다

네이버 직원이 숨을 거둔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현재 매체를 통해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에게 있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속 업무를 본 것에는 개발자 영입 경쟁으로 인한 폐해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ICT 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람보다도 이익, ‘프로젝트’를 우선시하는 폐해에 대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언제 프로젝트가 소위 ‘접힐지’ 모르고, 또 그로 인해 언제 자신의 보직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항상 놓여있다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쉬이 이야기하지 않는 점 말이다.





왜 경쟁적으로

개발자를 영입했던 걸까

이는 지식집약적 산업이 갖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익률에 대한 예상이 비교적 명확하게 이뤄지는 업계의 특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익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빠르게 정리하고, 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프로젝트를 완수해야만 한다. 이는 비단 국내에 한정된 이야기도 아니다. 이러다보니 IT 기업들은 어느새 근로자보다 프로젝트, 사람보다도 이익을 우선하는 모습을 띠게 됐다. 프로젝트가 우선이 되다 보니 무분별한, 내부 갈등의 요인이 된, 마침내는 통제하지도 못할 책임자를 영입하고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IT 기업에서의 프로젝트 개발 일정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연봉을 올려 부르며 개발자들을 영입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수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들의 올라간 연봉은 곧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으로 환산된다. 커진 비용은 손익분기점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또 이는 자연스레 손익을 맞추지 못해 ‘접히는’ 프로젝트를 낳게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프로젝트를 담당할 적임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 회사는 때로 내적 갈등을 감안하고서라도 완수할만한, 인격적으로는 존중하기 힘들고 프로젝트 담당자들을 괴롭게 만들 이를 책임자로 앉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경쟁 이전에 보다

근본적인 걸 따져야

IT 직군의 노동자들, 특히 개발자들의 금액적인 대우가 나아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반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쟁이 순전히 지금껏 핍박받던 개발자들을 바라보던 시각이 갑자기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어딘가로 영입된 개발자는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공중분해된 프로젝트로, 사람보다도 프로젝트와 이익을 중시하는 사내 분위기로 인해 예전보다 더 힘든 환경 속에 갇힐 가능성 앞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IT 기업들은 그 어느 산업보다도 정규직의 비율이 높으며, 당연히 4대 보험 가입률도 높다. 하지만 그만큼 정리해고의 비율도 높으며, 해고가 아니어도 넥슨의 사례처럼 정리해고 대상자의 기분을 느껴야 하는 경우를 맞닥뜨릴 때도 있다. 그러니 결국 이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빛 좋은 개살구’가 맞다.

▲산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때

경쟁적인 개발자 영입 이면에는 근로자에 대한 존중보다도 개별 프로젝트의 손익에 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이제는 개개인의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외연에 집중하는 것보다, 또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인해 얻어진 부를 광고하는 것보다는 노동자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에 손해를 감수할 것을 종용할 수 없고, 프로젝트를 늘리지 않도록 권고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연에 집착하는 업계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라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비극적인 선택을 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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