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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시장에서 역대급 실적 기록한 AMD, 인텔 추월 초읽기?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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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IT 기업 중 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가정용 컴퓨터의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던 초창기부터 50년이 넘는 역사를 쓴 기업이 있다면, 바로 AMD다.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dvanced Micro Devices)의 줄임말인 AMD는 작년 5월 1일을 기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역사 깊은 기업으로, 현재는 만년 2인자에서 이제 CPU 시장의 왕좌를 넘보고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창립 51주년을 맞은 전통의 기업

인텔을 따라 하며

성장하던 초창기

AMD는 1969년 설립된 기업으로, 설립자인 제리 샌더스(Jerry Sanders)는 인텔 창업자들과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같이 일했던 동기이기도 하다. 엔지니어였던 인텔의 설립자들과는 달리 제리 샌더스는 마케팅 업무에 보다 치중하던 기업인이었다. 회사의 초창기는 설립자의 성향대로 기술 개발보다는 이미 있는 기술의 빠른 사업화에 집중됐으며, 따라서 초창기 이들의 기술력은 인텔에 비하기는 힘든 수준이었다.

1969년 AMD를 설립한 제리 샌더스 창립자(사진 오른쪽)와 리사 수 CEO

1970년대 초반에는 인텔이 램 시장을 개척하자 이를 따라 램 생산에 주력했으며, 인텔이 CPU를 개발하면 또 이를 따랐다. 각지에서 인텔의 램을 카피한 제품의 생산을 주문해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AMD는 인텔의 CPU 사진을 찍어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사의 CPU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연히도 이는 불법이었다. 이처럼 AMD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인텔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데, 이들의 도약의 기반이 되는 x86 프로세서 개발에도 인텔은 깊숙이 관여돼 있다. 인텔이 x86 아키텍처의 시초인 8086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이것이 IBM PC의 표준 CPU로 채택되면서, 이를 계기로 AMD가 x86 프로세서 개발에 뛰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AMD를 이끌고 있는 리사 수 박사

인텔은 AMD에 x86 아키텍처의 라이선스를 제공하게 된다. IBM이 인텔의 CPU 독점 공급을 막기 위해 2차 생산자를 지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고, 폭증하는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두 번째 이유였다. 여기에서 선택된 것이 AMD였다. AMD는 제공된 라이선스, 인텔의 CPU 설계도를 바탕으로 1979년부터 반도체 생산 공장을 증설해 사세를 확충했다. 인텔의 공이 든 기술개발의 과실을 AMD는 힘들이지 않고 고스란히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본격적인 인텔과의

대립과 경쟁

하지만 386의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인텔도 AMD의 성장을 경계하며 설계도 제공을 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게 된다. 당시 인텔은 마치 AMD에 발주를 줄 것 같은 태도를 취하다 종국에 계약 파기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텔이 AMD에 제공한 라이선스를 취소하고 i386 프로세서의 기술을 공개하는 것을 거절한 이 결정은 결국 소송으로 번졌으며, 이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는 8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 소송은 AMD에 지금껏 겪지 못했던 어려움을 안겨다 줬다. 석 달 정도면 끝날 것으로 예상되었던 소송은 계속 길어졌고, 이 과정에서 AMD만 피해를 봤다. 결국 AMD는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인텔의 칩셋을 분해해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량을 맞춰나갈 수밖에 없었다. 자체 R&D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AMD는 마침내 독자적인 제품 개발에 나서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인텔과 AMD 두 회사의 긴 경쟁이 시작된다.

인텔에 대항할 수 있는 K5 프로세서를 마침내 만들다

곧 망할 것처럼 회자되던 AMD는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기사회생하게 된다. 1992년 인텔과 AMD의 소송은 AMD가 지속적으로 x86 CPU를 제조할 권리를 획득하는 결론으로 이르렀고, 1994년 캘리포니아주 최고 법원이 다시 AMD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되게 된다. AMD는 컴팩의 장기 주문을 따내 AM486 프로세서의 공급처를 마련하는 한편, 자사 최초로 직접 설계한 프로세서인 K5 프로세서를 이듬해 발표한다.

1㎓의 벽을 넘은 프로세서, AMD K7 애슬론

중저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AMD는 1997년에는 후속작인 K6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높은 가격의 인텔에 비해 더 저렴하며 성능도 준수했던 AMD의 프로세서는 곧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갔다. 가성비에 이어 경쟁이 벌어진 것은 속도의 영역이었다. AMD는 1999년 K7 애슬론(Athlon)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게 된다. 당시 K7 애슬론은 인텔보다도 먼저 1㎓의 벽을 넘은 1,016㎒의 프로세서였다. 뒤이어 인텔도 빠르게 1㎓ 속도의 펜티엄3를 내놓았지만, 기술 경쟁의 주도권은 AMD에 넘어간 이후였다.

잠시간의 영광,

그리고 침체

2001년에 이르러서 이들은 애슬론64를 내놓으며 인텔보다도 먼저 64비트 기반의 CPU를 내놓기도 한다. 이 덕에 x86 아키텍처에 대한 특허는 인텔에 있지만 64비트 확장에 대한 기술 특허는 AMD에 있다. 2005년에는 애슬론 X2 프로세서를 출시하면서 최초로 멀티코어의 개념을 정립했으며, 인텔이 뒤이어 내놓은 기술은 1+1 구조를 취하고 있었기에 완전한 듀얼코어가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잠시나마 AMD는 기술 경쟁에서 인텔을 앞섰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AMD는 인텔의 코어2 프로세서에 맞닥뜨리면서 몰락을 경험하게 된다. 멀티코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마땅히 없었기에, 시장에서 경쟁의 키워드가 코어당 클럭 속도에 집중된 탓이 컸다. 코어 클럭 속도에 있어서 인텔은 AMD에 비해 우위에 서 있었기에 두 회사의 격차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AMD가 선택한 길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 바로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였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천문학적 금액으로 ATI를 인수하다

AMD는 CPU에 그래픽 프로세서를 통합한 APU를 내놓기 위해 나서게 된다. 처음 시도한 것은 엔비디아였다. AMD의 엔지니어 출신이 주축이 돼 설립된 엔비디아였기에 인수 협상도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 회사의 협상은 제대로 된 결실을 맺지 못했다. AMD는 차선책으로 고려하던 ATI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가용 자금의 절반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공격적 투자가 무색하게도 두 회사의 시너지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낳지 못하고, AMD는 기나긴 침체에 빠지고 만다.





지금은 다시

날아오르고 있는

기존의 제품을 가다듬는 형태로 신제품을 내며 버티다가 2011년에 이르러서는 야심 차게 FX 프로세서 라인업을 선보였지만 AMD의 침체기는 끝나지 않았다. AMD의 적자 행보는 끝날 줄을 몰랐고, 곧 도산할 기업의 최우선 순위에 오랫동안 AMD가 꼽혔다. 그동안 CPU 시장은 인텔이 석권하다시피 했고, AMD는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모바일 그래픽 사업부문을 퀄컴에 매각하면서 후일을 도모했다. 돌파의 기로는 이들이 투자했던 APU 분야에서 나타났다. 부사장으로 영입된 리사 수(Lisa Su)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낸 것이다. 리사 수는 x86 시장에서 눈을 돌려 비디오 게임 시장을 겨눴다. 뛰어난 APU 능력을 인정받은 AMD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콘솔 시장을 개척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AMD

비디오 게임 시장의 호황으로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한 AMD는 리사 수의 능력을 인정해 2014년 10월, 그녀를 CEO에 임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은 2017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게 된다. 오랜 기간 다시 x86 시장의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던 AMD는 인텔의 고가 제품에 뒤지지 않는 코어 수와 클럭 속도를 가진 새로운 프로세서 ‘라이젠’ 라인업을 공개했다. 라이젠은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왔다. 세계 각지의 리뷰어들이 호평을 쏟아냈고 인텔 제품에 비해 현실적인 가격으로 순식간에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인텔도 빠르게 라이젠에 대응되는 CPU를 출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공정 면에서 뒤처질 뿐 아니라, 때마침 인텔 CPU의 보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AMD의 기세는 더욱 높아졌다.

▲오는 11월, 베르메르로 다시 한 번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AMD는 올해 2분기 전체 x86 프로세서 시장에서 18.3%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8년 동기 10.6%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2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올해 이들의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실적을 기록했는데, 라이젠 및 라데온 라인업의 판매 강세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14억 4,000만 달러였다. 올해 11월 5일 출시를 앞둔 ZEN3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의 5000번대 라이젠 시리즈 ‘베르메르(Vermeer)’ 론칭 이후 AMD의 기세는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끝을 모르고 날아오르고 있는 AMD는 과연 인텔을 누르고 CPU 시장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그 열쇠를 쥔 베르메르가 곧 공개될 예정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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