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롯데카드에서 ‘롯데멤버스’를 분리시켰다. 롯데카드 멤버스 회원 3800만 명의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취한 조치였다. 롯데멤버스는 이후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포인트 발행 및 관리 등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 OK캐시백, 해피포인트, CJ 원포인트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내놓은 포인트 프로그램과 적극적으로 경쟁을 펼치기 위해 설립된 롯데멤버스는 현재, 지금까지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려 하고 있다.

빅데이터 컨설팅 컴퍼니

롯데멤버스는 ‘빅데이터 컨설팅 컴퍼니’를 표방하는 기업이다. 통합 멤버십 엘포인트(L.POINT), 간편결제 사업 엘페이(L.Pay) 등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들의 사업이 여타 대기업들의 그것과 다른 점은 멤버십 프로그램과 간편결제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는 점에 있다. 멤버십 프로그램과 간편결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대기업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멤버십 프로그램은 쇼핑 사업자가, 간편결제 서비스는 별도의 금융 전문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롯데멤버십은 롯데그룹의 모든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면서, 여타 기업에 비해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4천만 명이 넘는 회원 수

▲​비교적 이른 시점에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 ‘엘페이’

롯데그룹의 멤버십 프로그램은 2006년, 롯데백화점과 마트 등 롯데쇼핑의 주요 계열사 소비자에게 포인트 및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롯데카드 사업부 형태로 시작됐다. 당시의 명칭은 ‘롯데포인트’였으며, 멤버십 프로그램 가입자들 또한 대부분 롯데카드 이용자였다. 이것이 점차 더 많은 이용객을 끌어들이고, 또 제휴사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 등장할 때는 발 빠르게 ‘엘페이’를 론칭해, 엘포인트와 연계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덕분에 현재 롯데멤버스 엘포인트의 회원 수는 4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신사업의 중심에 위치한 롯데멤버스

▲​2015년 론칭한 엘포인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확보한 지분 일부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보될 자금을 롯데그룹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사업의 중심에는 엘포인트의 롯데멤버스가 위치해 있다.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오프라인 유통과 쇼핑, 식품 등 전통 제조업 위주로 성장해왔다. 이것을 향후로는 온라인, IT 기반으로 가져가고자 하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최근 그룹의 미래 먹거리 육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바이오,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의 키워드를 제시한 바 있다.

변화하려는

롯데그룹의 중심에서

▲​롯데멤버스의 빅데이터는 그룹사 차원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

전통적인 사업에 강점을 보이는 롯데그룹이 미래 먹거리를 새로이 발굴하기 위해, 롯데멤버스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롯데그룹 전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두는 롯데온 플랫폼의 부흥, 그리고 그다음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롯데멤버스의 빅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롯데그룹이 발표한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이러한 의지를 더욱 확연하게 읽을 수 있다.

롯데멤버스

신임 대표이사,

김혜주 전무

▲​롯데멤버스의 신임 수장, 신한금융지주 상무를 맡은 바 있는 김혜주 대표이사

롯데그룹은 작년 12월 15일 연말 정기인사에서 계열사 대표로 외부 여성 인재를 발탁했음을 발표했다.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로 김혜주 전무가 임명된 것이다. 롯데그룹에 여성 CEO가 탄생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는 빅데이터 활용이 탁월한 인물로 전해진다. SK텔레콤, IBM코리아, 삼성전자, KT를 거쳐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 부문장,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를 맡은 인물로, 금융,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쌓은 바 있다.

연이어 단행되는

파격 인사 조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롯데그룹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현재 롯데그룹은 체질 개선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파격적인 인사를 계속 단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에는 이커머스 사업 담당으로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를 영입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 수장으로는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대표를, 롯데호텔은 LG 출신의 안세진 대표가 활약하고 있다. 실제로 파격적인 인사로 영입된 이들은 각자 준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영업이익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롯데백화점의 매출액도 크게 늘고 있다. 재작년 적자였던 대형마트 부문도 작년 3분기 42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다음 배턴을 롯데멤버스 김혜주 대표이사가 이어받게 된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데이터 분석, 가공, 활용의 전문가인 김혜주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혜주 신임 대표이사는 신한은행 디지털전략그룹 마이데이터유닛장을 맡을 당시, 데이터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유용한 정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 전체가 김혜주 대표의 ‘머니버스’를 통해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었다. 롯데멤버스의 대표이사로서 맡게 되는 업무도 그의 경험을 십분 살린 형태가 될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껏 롯데멤버스는 방대한 엘포인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데이터 분석, 가공, 활용의 전문가인 김혜주 대표는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신한금융그룹 때처럼 롯데그룹 전체의 신사업 시너지를 도모하게 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김혜주 대표가

짊어진 숙제는

▲​롯데온을 비롯한 롯데그룹 온라인 채널의 부흥은 김혜주 대표가 안은 숙제다

롯데그룹이 체질 개선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통합 플랫폼 롯데온은 실적이 개선됐지만 경쟁사의 플랫폼에 비해 강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대형마트의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길어지는 불황에 백화점의 전망도, 앞으로의 전망도 마냥 긍정적이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 속에서 롯데멤버스 김혜주 대표이사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안은 것이다. 변화하는 롯데그룹의 중심에 선 그는 과연 자신의 전문분야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길을 열어젖힐 수 있을까. 롯데멤버스의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