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R&D 산하연구소 스타랩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

삼성전자가 비밀스럽게 추진해온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을 통해 공개되었다. 네온은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연구소 스타랩(STAR Labs)에서 개발한 '인공인간(Artificial Human)'으로, 실제 현실에서 마주할 수는 없지만 가상의 공간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지난 1월 8일, 'CES 2020' 스타랩 부스는 네온을 보기 위해 몰린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시된 인공인간은 20여 가지에 달했는데, 건장한 서양인 남성부터 아담한 동양인 여성까지 생김새나 체형도 제각각이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통화를 하는 모습도, 양팔을 벌려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도 실제 사람과 다름없어 보였다. 얼핏 보면 다양한 지구촌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 같았다.

▲CES 2020에서 공개된 20여 가지의 네온, 생김새와 체형이 모두 제각각이다

이날 스타랩을 이끌고 있는 프라나브 미스트리(Pranav Mistry) CEO는 "우리는 '가상에서 만들어낸 것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냐'라는 물음에서 네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실제처럼 생긴 네온은 수백만 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며,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네온은 AI 비서나 인터넷상의 인터페이스, 뮤직플레이어가 아니다"라며 "네온은 우리의 친구"라고 덧붙였다.

미스트리 CEO는 스타랩이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 '코어(CORE) R3'를 통해 네온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코어 R3라는 이름은 '현실(Reality)', '실시간(Realtime)', '즉각 반응하는(Responsive)'이라는 프로그램의 세 가지 특징에서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코어 R3의 대기시간과 쿼리 응답속도는 몇 밀리초(ms) 미만으로, 실시간 반응 및 응답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스타랩은 "(네온의) 코어 R3는 일반적인 인식 수준을 넘어 실제와 같은 현실을 계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채로운 표정과 몸짓을 구현한다

소개를 마친 미스트리 CEO는 태블릿PC에 설치된 코어 R3를 이용해 네온 제작 과정을 시연했다.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네온은 다양한 표정을 짓고, 몸을 구부렸다. 심지어 모니카라는 이름이 붙은 네온은 "안녕, 모니카! 너는 인간이야, 뭐야?"라는 물음에 "안녕하세요, 저는 네온이에요. 저는 인공인간입니다. 저는 지금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학습하고 있어요"라고 답했으며 "한국어를 할 수 있니?"라는 질문에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한국어로 답했다. 외국인의 모습을 한 모니카가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것이다.

스타랩은 시간을 정해 네온과 대화하는 시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네온은 스타랩 관계자의 인사에 스페인어, 힌두어, 영어, 한국어 등으로 대답했다. 다만 길고 복잡한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아 가능한 대화 수준을 가늠할 수는 없었다. 또한 네온의 행동은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러웠지만, 대화를 할 때 입 모양은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Thank You'와 같은 짧은 답변을 할 때조차도 입 모양이 어색해 아쉬움이 남았다.

▲​딥페이크나 리애니메이션 기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스타랩의 설명이다

한편 네온이 딥페이크나 조작 영상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에 스타랩은 "네온의 가상인물이 실제 사람의 모습을 기반으로 할 수는 있지만, 딥페이크나 다른 얼굴 소생(Reanimation) 기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스타랩은 "코어 R3는 개별 장면이나 영상, 연속적인 사건들을 조작하지 않는다. 대신 이전에 없던 독특한 행동과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만든다"며 "코어 R3는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개인정보 보호를 비롯한 윤리적 고려사항을 염두에 두고 코어 R3를 설계했다"며 "최첨단 보안 프로토콜을 사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허가 없이는 개인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라이버시는 네온의 핵심이다"라며 "우리는 기술 발전이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혜선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