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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광고에 점령된 실시간 검색어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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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가 최근 이상하다. 대중적으로 그다지 높지 않은 인지도를 가진 제품 혹은 브랜드, 이벤트 등이 갑작스레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가 또 갑자기 사라지고는 한다. 매번 달라지는 실시간 검색어는 트렌드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트렌드가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광고 툴에 의해 사실상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흐리고 있는 그 광고 툴은 바로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운영하고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퀴즈 이벤트 ‘행운퀴즈’다.

토스 행운퀴즈에 점령된 포털 실시간 검색어

78.9%의 실시간 검색어

1위가 ‘광고’

지금까지의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현재 트렌드를 차지하고 있는 사건, 화젯거리를 알 수 있는 정보 창구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매시간마다 실시간 검색어로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 혹은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이벤트가 노출된다. 이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토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초성 퀴즈 이벤트다. 초성으로 퀴즈를 제출하고 이를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하도록 유도한 뒤, 정답을 입력한 이들에게는 토스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포인트를 위해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문구를 입력하는 이들이 순간적으로 폭증하면서, 그 시간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토스 행운퀴즈 광고를 집행한 브랜드가 차지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생소한 브랜드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일이 많아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이슈가 불거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9월 1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 퀴즈 이벤트로 발생된 키워드였음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같은 기간 20위까지의 전체 380개 키워드 중 96개는 기업광고였다. 전체 키워드에서 상당히 높은 비율이 토스에 비용을 지급하고 집행하는 광고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의 ‘행운퀴즈’ 이벤트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난 2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토스의 행운퀴즈 이벤트는 최초에 사용자 간의 송금 맥락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출발했다. 토스 사용자가 자신의 돈으로 상금을 걸고 퀴즈를 만들면, 정답을 맞힌 사용자는 여기에서 일부를 지급받는 방식이었다. 출시 후 이용자들의 호응을 끌어낸 이 이벤트는 지난 8월부터는 B2B용 상품으로 개발돼 판매되기 시작했다. 소액의 포인트를 걸고 포털 사이트의 검색량을 폭증시켜, 단시간 내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까지 약 3천만 원 내외의 단가로 행운퀴즈 상품을 판매해 왔다. 이 단가는 인터넷 디스플레이 광고 중에서도 높은 단가의 네이버 배너 광고보다 저렴하다. 저렴하면서도 또 효과적으로 네이버 이용자들에게 널리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효율 좋은 상품으로 지금껏 행운퀴즈 광고는 절찬리에 판매돼 왔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

행운퀴즈 상품과 유사한 형태의 광고 상품은 토스와 유사한 다른 서비스들도 수차례 시도한 바 있다. 실시간 검색어의 순위를 임의대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툴이 있다면, 다른 어떤 광고 상품보다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보상형 광고를 제공하는 캐시슬라이드 또한 이와 행운퀴즈와 유사한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들의 호응을 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여러 상품들 중에서도 건당 평균 22만 회의 검색어 입력을 유도하는 토스의 행운퀴즈 상품은 효과 측면에서 다른 상품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에, 시장에서는 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교란된 실시간 검색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적인 현안들이, 민감한 민생이슈들이, 연예인들의 사건사고가 화제가 되는 와중에서도 토스 행운퀴즈를 집행한 광고주는 무난하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제동이 걸렸다. 사실상 실시간 검색어를 토스 행운퀴즈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생기자, 여기저기에서 잡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포털 사이트가 차지하고 있는 특이한 위치, 그리고 그 안에서도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가지고 있는 매체력에 기인한다.

네이버 디스플레이 광고보다도 효율이 좋은 상품으로 주목을 받은 행운퀴즈

우리나라에서 포털 사이트라는 서비스는 언론이 아님에도 언론에 준하는 매체로 여겨진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포털 사이트를 하나의 언론 매체 보듯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정감사 시즌이 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 모두가 포털 사이트의 책임과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중요도를 강조하고 관리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거기다 실시간 검색어가 특정 상품을 통해 ‘조작‘될 수 있다면, 이는 산업을 넘어 정치권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부각됨이 당연한 일이다. 특히나 정치권과 사법권, 여권과 야권의 대립이 첨예한 데다 국정감사 시즌마저 겹쳐버린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실시간 검색어, 토스의 행운퀴즈를 둘러싼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매체’로서

포털 사이트의 신뢰도

지난 10월 7일 오전 10시경,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조국 구속’이 떠올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반대층이 결집해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목소리를 키운 것이다. 바로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바로 ‘조국 수호 검찰 개혁’으로 바뀌었다. 실시간 검색어를 두고 조국 지지층과 반대층이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것이 하나의 ‘매체’라는 데에 대한 공감대에서 나오게 된 액션들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 국민들 또한 실시간 검색어가 가진 매체력을 크든 작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는 대중들에게 사실상 ‘뉴스매체’로 역할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센터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5%는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다. 연령별로 보자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실시간 검색어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20대는 77.3%, 60대는 57.1%가 실시간 검색어가 뉴스 이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높은 이용도에 비해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신뢰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실시간 검색어가 광고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7.4%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적 관심 주제를 알려주는 정보이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8.6%에 지나지 않았다.

실시간 검색어라는 서비스에 대한 대중들의 의구심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최근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부정적인 인식의 주요한 키워드가 바로 ‘광고’다. 하나의 매체이자 콘텐츠로 작용했던 실시간 검색어는 광고로 인해 신뢰도를 잃고 있으며, 이용자의 절반은 폐지해야 하는 서비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시간 검색어를 둘러싼 논쟁은 금번 국정감사가 처음은 아니었다. 매년 단골 소재였던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정치권의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광고로 인해 인식이 급격히 나빠진 작금에 이르러서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는 중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일종의 ‘영업방해’로도 여겨질 수 있는 토스 행운퀴즈 상품에 대해 네이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실시간 검색어 비판 및 폐지 주장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이에 대한 조치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빠르게 이뤄졌다. 네이버는 대응책으로 10월 31일부터 로그인한 이용자에 한해서 연령대에 맞는 실시간 검색어 차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사이트 개편을 진행했다. 상업적 문구나 단어가 노출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으니,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개편은 모바일 사이트를 시작으로 추후 PC 환경에서도 제공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AI를 활용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의 행운퀴즈 이벤트를 축소할 계획을 밝혔다. 토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인데다, 국정감사의 여파도 거셌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장에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토스의 퀴즈 이벤트는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허위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해 정보통신 시스템이 원래 목적과 기능대로 동작하지 못하도록 했기에 형법 제314조 제2항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토스는 지난 10월 28일, 행운퀴즈 운영에 관한 새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을 밝혔다. 토스 외에도 퀴즈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는 OK캐시백, 캐시슬라이드 등도 광고 상품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 행운퀴즈 같은 빈틈을 노린 이들은 또 나올 것이다, 이제는 피해를 미리 최소화할 수 있는 방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실시간 검색어 조작 상품’의 논란은 이로써 어느 정도 진화에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2, 제3의 행운퀴즈가 또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칼과 방패의 싸움은 앞으로도 이어져, 시스템의 맹점을 노려서 서비스 품질을 어지럽히는 상품은 다시금 나타나게 될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다음에는 다른 영역을 노린 어뷰징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금번 논란을 계기로 포털 사이트 서비스사들은 다시금 태세를 점검하고,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매체가 된 포털 사이트 서비스, 그리고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들에 대한 고민과 영향력에 대한 사회에서의 토론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제2의 행운퀴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답을 내기 위해서 말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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