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AI 앞에서 면접을 보는 것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면접관이 아닌 웹캠 앞에서 채용 면접을 보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실제로 2019년 하반기 채용에서 AI 면접을 도입한 국내 기업은 170곳에 달한다. AI와 누구보다 가까운 IT업계는 물론이고 금융업계와 제조업계, 제약업계 등 다양한 업종에서 AI 면접이 새로운 채용 전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AI가 어떻게 면접을 봐?

AI 면접이 새로운 채용 과정으로 떠오르면서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각종 AI 면접 후기와 팁이 돌고 있다. 심지어 몇몇 특성화고나 대학에서는 'AI 면접 준비 전략 특강'을 열어 취준생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대면 면접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답'이 없어 아무리 특강을 듣고, 후기를 읽어봐도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직접 부딪쳐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다양한 AI 면접 앱이 취준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에서 어떤 AI 면접 앱을 사용해볼까 고민하다가 그중 평점도, 사용자 평가도 적당히 있는 '아이엠그라운드'를 선택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서 제공하는 앱인 만큼 조금이나마 더 자세한 분석을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말이다.

▲​사람인 계정이나 소셜 계정으로 로그인이 가능하다

우선 앱 이름부터가 친숙하다. 대학 시절 술자리에서 자주 하던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 게임에서 앞부분만 딴 듯한 이름이다. 면접 역시 자기소개를 하는 과정이니, 앱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쓸데없는 생각을 떨치고, 앱에 로그인을 했다. 로그인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한데, 사람인 계정이 있다면 사람인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도 되고, 네이버나 페이스북, 카카오, 구글 계정으로 소셜 로그인을 해도 된다. 각자 편한 방법으로 로그인을 하면 되겠다.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아이엠그라운드에 로그인을 하고, 앱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신입도, 경력도 OK

▲​경력과 면접유형을 선택해 AI 모의면접을 볼 수 있다

앱을 실행하니 화면 중앙에는 각종 이벤트 정보가 나타났고, 화면 하단에는 직무별 주요 면접 질문과 사용자 정보, 웃는 얼굴로 표시된 AI 모의면접 버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어 AI 면접을 체험해보기 위해 하단 중앙에 있는 스마일 아이콘을 누르니 경력과 면접 유형을 선택할 수 있었다. 면접 유형에는 면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질문과 인성검사로 이루어진 '인성면접'과 직무역량 측정을 위한 적성검사 및 게임으로 구성된 '역량면접'이 있는데, 면접 유형에 따라 진행과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인성면접은 동영상 면접과 인성검사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적성검사까지 추가된 것이 역량면접이다

먼저 인성면접은 동영상 면접 5문항과 인성검사로 구성돼 있다. AI가 질문을 제시하면 주어진 시간 동안 그에 맞게 대답을 하면 되는데, 답변을 하는 화면이 녹화되고, 이 녹화된 화면을 업로드하면 AI가 사용자의 표정, 목소리, 발음, 속도, 시선 등 8가지 요소를 분석해주는 것이다. 역량면접 역시 인성면접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여기에 10문항의 인적성검사 문제가 세 종류의 게임 형식으로 출제된다. 이 인적성검사는 문제별로 제한 시간이 달라지는데, 보통 30문항을 10분 내에 풀어야 한다. 또한 동영상 면접 질문은 사용자의 경력과 직무에 따라 다르게 출제되며, 질문당 답변 시간이 1분으로 제한돼 질문에 대한 요점만 짧고 굵게 답변해야 한다.

나에 대해 얼마나 잘 알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고 화면 녹화 버튼을 눌러 응답을 한 뒤, 영상을 업로드하면 된다

아이엠그라운드 앱은 최초 3회의 면접 응시권을 제공한다. 즉 최초 3회는 무료로 AI 모의면접을 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유료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필자는 기본 제공되는 면접 응시권을 이용해 인성면접에 도전했는데, 질문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으나 어디를 보면서 말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대면 면접이었다면 면접관의 얼굴을 보면서 답변을 했겠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답변을 한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조금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망함을 눌러 담고, 면접 질문을 확인한 다음 화면 하단의 녹화 버튼을 눌러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면접 영상을 업로드했다. 사실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와 몇 번씩 재녹화를 하곤 했는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금세 어색함을 극복하고 답변을 한 뒤 영상을 업로드했다.

▲​인성검사까지 완료하면 면접 결과를 분석해 레포트로 보여준다

5개의 질문에 동영상으로 답변을 하고 나니 이번에는 인성검사가 등장했다. 인성검사는 30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어진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4개의 보기 중에서 면접자의 성향과 가장 가까운 것 하나, 가장 먼 것 하나를 차례대로 선택하면 된다. 인성검사까지 끝내고 나면 면접 결과를 분석해주는데, 약 30분 정도 기다리면 분석 레포트를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면접 결과와 인성검사 분석 결과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분석 레포트를 확인해보니 동영상 면접에 대한 질문과 답변 영상이 나타났다. 이때 화면 하단의 '분석 레포트'를 선택하면 보다 자세한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목소리와 감정, 발음, 속도, 시선, 표절률, 언어적 분석, 비언어적 분석에 대한 결과와 인터뷰 팁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하면 인성검사 분석 결과를 볼 수 있는데, 개방성, 정직겸손성, 성실성, 원만성, 외향성, 정서안정성 등 6가지 성격요인의 평균 점수와 내 점수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성검사 결과를 토대로 면접자의 장점과 단점을 알려줘 어떤 점을 강화하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제시해준다. 그동안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취준생이라면 어느 정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

AI 면접, 아직은 시기상조

▲아직 대면 면접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이지만, 확실히 면접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는 있겠다

실제로 AI 면접을 경험해본 결과, AI 면접 앱이 취업준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기존 대면 면접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AI 면접이 기존의 채용 전형을 대체하려면 AI가 능동적으로 면접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면접자의 답변을 토대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AI 면접은 면접자에게 질문과 인성검사만 툭 던져두고 결과를 분석하는 데에만 치중해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AI 면접보다는 AI 인성검사에 가까워 보였다. 또한 각 질문에 대한 응답시간이 제한돼있긴 하지만 답변을 생각한 후에 녹화를 누르면 되기 때문에 '모범답안'을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재녹화를 할 수 있어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얻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였다. 아직 대면 면접을 완벽하게 대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AI 면접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면접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물론 스마트폰 카메라나 웹캠 같은 '기계' 앞에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말이다.

안혜선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