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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부터 부산까지, 전기자전거로 국토종주에 도전하다

기사 입력시간 : |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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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면 꼭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유명한 자양강장제의 이름이 붙은 국토대장정이었다. 대학생활 내내 시즌만 되면 부푼 기대를 안고 지원하기를 수 번이었지만 결국 기회는 오지 않았다. 졸업 이후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잊고 살던 국토종주의 꿈. 그저 ‘언제 해보나’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득할 때쯤, 여름휴가를 앞두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용기를 얻었다. 마지막 20대 여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짧은 휴가였기에 통상 20여 일간 진행되는 국토대장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것이 바로 자전거 국토종주였다. 평균적으로 5일이면 완주가 가능하다고 하니 휴가 기간을 얼추 맞출 수 있을 것 같았고, 평소 자전거를 좋아했던 터라 왠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체력이었다. 총 633km에 달하는 국토종주 코스를 완주하려면 하루에 100km 이상씩은 달려야 하는데, 나는 단 한 번도 한 번에 100km를 달린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날씨는 30도를 거뜬히 넘기는 무더위가 기승하던 때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 바로 전기자전거다.   

 

▲인천부터 부산까지, 전기자전거로 국토종주에 도전하다

 

 

전기자전거 국토종주, 미리 체크할 점은?

 

현행법상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통행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통행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 즉 PAS(페달 보조 방식) 전용 제품이어야 한다. 최대 속도가 25km/h 미만으로 설정돼있고, 배터리를 포함한 자전거 전체 중량이 30kg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현재 국가에서 ‘국토종주’로 인증하는 633km 거리를 문제없이 종주할 수 있을 정도의 전기자전거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

 

 

▲자전거도로 통행이 가능하다는 인증 스티커가 부착돼있다

 

현재 국가에서 인정하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지금까지 1,853km가 개통됐고, 이중 국토종주 인증을 위해서는 아라서해갑문(인천)에서 낙동강하구둑(부산)까지 이어진 자전거길을 이용해야 한다. 이 구간에서 80% 이상의 길이 워낙 잘 나 있기 때문에 꼭 MTB를 고집하지는 않아도 된다(실제로 로드바이크로 종주하는 라이더들이 많다). 하지만 전기자전거 특성상 무게가 꽤 상당한 편이라 바퀴에 펑크가 난다거나 고장이 났을 때 일반 자전거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기 쉽지 않다. 중간중간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도 없지는 않으니, 웬만하면 펑크 위험이 적은 MTB형 전기자전거를 추천한다.

 

▲국토종주에는 펑크 위험이 적은 MTB형 전기자전거가 더 어울린다

 

종주할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를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통상 자전거 국토종주는 일반 자전거로는 약 5일 내외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5일을 기준으로 1일 1회 충전하는 것으로 예상해보면, 최소한 120km 이상의 거리를 주파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가 필요하다. PAS 단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주행거리가 극과 극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최대 주행거리가 아닌 평균치 혹은 최소 주행거리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미루어보면 실제로 최소 주행거리가 100km가 넘어가는 전기자전거는, 가격은 둘째치고 제품 자체가 별로 많지 않다. 차라리 1일 코스 중간에 충전을 몇 번 더 하는 것이 맘 편하다. 여분의 배터리를 챙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미 전기자전거와 충전 어댑터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워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주행거리는 평균치 혹은 최소 주행거리(HIGH)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주행거리가 짧아 코스 중간에 충전이 불가피한 전기자전거의 경우 배터리 탈착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라이더들을 위해 종주길을 따라 마련된 휴게소에서조차 자전거를 들고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은 없다. 무조건 배터리 탈착이 가능한 전기자전거여야 하며, 웬만하면 외장형 배터리 방식을 추천한다. 내장형 배터리의 경우 비가 와도 걱정 없고 비포장도로를 달려도 배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장점은 있지만, 탈착이 용이하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

 

▲외장형 배터리는 우천 시 취약하나, 탈착이 용이해 장거리 주행에 좋다

 

이 외에도 다양한 체크리스트가 있지만, 전기자전거로 국토종주를 준비할 때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할 점들을 정리해봤다. 사실 국토종주는 어떤 자전거를 타더라도 완주는 가능하다. 그러나 전기자전거는 제원에 따라 남들보다 쾌적한 국토종주가 될 수도, 혹은 일반 자전거보다도 고된 고행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필자가 선택한 종주 메이트는 삼천리 첼로자전거의 불렛 FX, 그리고 불렛 ST다.

 

 





'단단한' 불렛 FX, '편리한' 불렛 ST

 

▲불렛 ST(좌)와 불렛 FX(우)

 

전기자전거 국토종주의 기본은 자신의 자전거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기에, 제품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첼로자전거의 불렛 라인업은 삼천리자전거 전기자전거 라인업 중에서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고급 전기자전거 라인업이다. 그중 불렛 FX는 풀서스펜션 eMTB로, 산악주행 및 험로주행에 최적화된 최고 사양의 제품이다. 주행거리는 PAS 1단(최대 3단) 기준 100km이며, 70Nm의 강력한 토크가 장점이다. 워낙 파워가 좋아 큰 힘 들이지 않고 업힐을 거뜬히 오를 수 있는 정도고, 진동 하나 없는 탑승감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종주 내내 어느 한 곳 고장 없이 버텨낸 것을 보면 ‘튼튼하게 잘 만든 자전거’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제품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산악용 모델이다 보니 외부 충격에 강한 타운튜브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배터리 탈착 시 십자드라이버를 이용해 하단 프레임을 분리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점에서 외장형 배터리를 적용한 하드테일 eMTB인 불렛 XC 모델도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불렛 FX

 

불렛 ST는 시티형 전기자전거로, 산악 지형과 같은 험로주행보다는 일반도로를 주행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다. 불렛 FX에 비해 ‘단단한 느낌’은 덜하지만 탑튜브가 없고 외장형 배터리를 적용한 덕에 매우 편리했다. PAS 1단(최대 3단) 기준 180km의 압도적인 주행거리가 장점이며, 멀티 짐받이를 기본 장착해 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승차감이 좋아서 안장통이 심하지 않았던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 제품 역시 종주 내내 고장 한 번 없이 튼튼하게 버텨줬고, 킥스탠드가 있어 거치가 용이했다.

 

▲불렛 ST

 

 

코스별로 알아보는 전기자전거 국토종주

 

이번 기획의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필자와 동행자는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국토종주를 완주했다. 전체 이동 거리는 665km, 걸린 시간은 약 43시간(총 4일 소요), 평균 속도는 23.8km/h, 최고 속도는 41.2km/h까지 기록했다. 전기자전거는 오후 및 저녁에 하루 2회씩 충전했으며, 체력 및 배터리 상태에 따라 PAS 단수를 조절해 주행거리를 맞췄다. 전체 구간 중 중간중간 마련된 26개의 국토종주 인증센터에서 짧게는 5분, 길게는 20분 정도씩 휴식을 취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코스 정보나 인증과 관련된 내용은 자전거 행복나눔 홈페이지와 각종 블로그 및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오늘은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국토종주 후기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한강종주자전거길(아라한강갑문~충주댐), 총 192km

 

▲아라한강갑문, 국토종주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한강종주자전거길은 국토종주 전체 구간 중 가장 사람이 많은 코스다. 한강을 따라 달리는 코스라서 한여름인데도 시원하게 달릴 수 있고, 중간에 자전거 수리점과 편의점이 많아서 비상시 대처가 용이한 구간이기도 하다. 대부분 평지로 이뤄져 있어 딱히 힘들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하루 만에 이 코스를 주파했다. 평지에서의 전기자전거는 사실 일반 자전거보다 덜 힘들지언정 속도가 빨리 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25km/h 이상일 때는 모터가 작동하지 않아서 일반 자전거와 다름없고, 심지어 무거워서 더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한강종주자전거길은 전기자전거의 덕(?)을 가장 덜 본 구간이기도 하다.  

 

▲한강종주자전거길은 볼거리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터널 덕에 더위를 식히기에도 좋았다

 

▲자전거길같지 않은 길도 나오지만 포장도로라 위험하지 않다

 

▲대부분 평지로 이뤄져 있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

 

이 구간에서 전기자전거 배터리를 충전하기 좋은 휴게소는 여주보 인증센터에 위치한 휴게소다.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은 없지만 편의점이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 좋고,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건물 내에 화장실과 콘센트가 곳곳에 마련돼있어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재정비하기에도 좋다.

 

 ▲여주보 부근에 마련된 자전거 휴게소에서 전기자전거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새재자전거길(충주탄금대~상주상풍교), 총 100km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새재자전거길

 

새재자전거길은 한강종주자전거길과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코스다. 한강종주자전거길이 강가를 따라 달리면서 볼거리도 많고 쉬운 코스였다면, 새재자전거길은 시골길과 산을 넘기 때문에 험준하고 어려운 코스라 할 수 있다. 높고 낮은 고개가 많아 체력 소모가 상당하고, 특히 약 7~10도 경사의 업힐이 5km 정도 이어지는 이화령을 넘어야 해서 실제로 많은 라이더들이 일명 ‘끌바(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를 하는 구간이다.

 

 

▲이화령 시작점, 새재자전거길은 이화령을 포함한 높고 낮은 고개가 많은 구간이라 체력 소모가 심하다

 

▲이화령을 오르면 탁 트인 전망과 기념비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악명 높은 새재자전거길이 사실 우리에겐 전혀 어렵지 않았다. 전기자전거의 위력은 비로소 언덕을 오를 때 발휘됐다. 보통 평지를 달릴 때 PAS를 1단으로 설정해두고 달렸다면, 낮은 언덕을 오를 때는 2단, 높은 언덕을 오를 때는 3단으로 설정했는데, 딱히 기어를 조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덕을 오르는 것이 평지를 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화령은 워낙 길이가 긴 고개다 보니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단 한 번의 휴식 없이 오르기에 충분했다. 필자가 주로 탑승한 불렛 ST로는 PAS 3단, 기어 3~5단으로 무난히 오를 수 있었고, 동행자가 탑승한 불렛 FX는 PAS 2단으로도 충분했다고 한다. 탑승자의 체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실히 전기자전거는 누군가가 뒤에서 자전거를 밀어준다는 느낌이 분명했다.

 

 

▲이화령 전에 만나게 되는 소조령, 이 정도 언덕은 전기자전거로는 거뜬히 오를 수 있다

 

낙동강자전거길(상주상풍교~낙동강하구둑), 총 385km

낙동강자전거길은 국내 자전거길 중 가장 긴 코스로, 긴 만큼 험난한 길도 많은 구간이다. 낙동강변을 따라 이어진 코스라서 밤에는 벌레가 많아 자전거 버프는 필수다. 상주~달성 구간은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길이 이어져 여름 한낮에는 잠시 쉬기도 어렵고, 창녕~양산 구간은 이화령보다도 힘들다는 박진고개가 있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맞이한 길이기도 하다. 특히 코스 막바지에는 인증센터 간 거리가 55km나 되는 구간(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창녕함안보~양산물문화관)이 두 곳이나 있는, 아주 다채로운 특징을 지닌 자전거길이다.  

 

▲낙동강자전거길은 그늘이 없는 긴 구간이 많아 여름에는 쉽지 않다

 

이 길은 전기자전거라도 쉽지 않았다. 그늘 하나 없는 평지가 길게 이어져 더운 여름 힘들긴 매한가지였고, 짧지만 경사가 심한 언덕이 많아서 배터리 소모도 컸다. 무엇보다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을만한 자전거 휴게소가 마땅치 않았다. 배터리를 아끼기엔 체력이 부족하고, 배터리를 마음껏 쓰기엔 마음이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전기자전거 국토종주의 가장 큰 애로점이 바로 이 점이다. 실제로 두 번째 날 충주(새재자전거길)에서 출발해 구미(낙동강자전거길)까지 왔는데, 숙소를 약 3km 앞두고 불렛 FX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배터리 잔량에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획을 통해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국토종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코스 곳곳에 전기자전거 충전소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점이다. 

 

▲박진고개, 저 끝에 보이는 길이 끝이 아니었다

 

▲영아지 마을, 전기자전거로라도 쉽지 않은 코스다

 

가장 걱정이 컸던 박진고개와 영아지 마을은 전기자전거가 아니었다면 가장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구간이다. 박진고개는 이화령보다 훨씬 짧지만 경사가 워낙 높아 아무리 전기의 힘을 빌리더라도 체력이 안 되면 주파가 힘든 고개고(필자는 중간에 끌바를 선택했다), 영아지 마을은 짧지만 경사가 심한 언덕이 끝도 없이 이어져 결코 쉽지 않은 코스다. 지금에 와서 보면 전기자전거로 경사가 높은 구간을 오를 때, 속도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토종주 말미에 종주 코스는 아니지만 박진고개보다 높은 경사를 오를 일이 있었다. 이때 속도가 좀 느리더라도 기어를 낮게 설정하고 꾸준히 체력을 안배해가며 페달을 밟으니 결국 쉼 없이 끝까지 오를 수 있었다. 

 

▲고된 언덕이 많은 구간이지만, 이렇게 탁 트인 길도 많은 낙동강자전거길

 

▲633km 거리의 국토종주 코스를 완주했다

 

▲낙동강하구둑, 국토종주의 마지막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이번 국토종주는 여러 면에서 운이 좋았다. 국토종주의 가장 큰 변수가 바로 날씨인데, 전기자전거의 최약점인 비도 오지 않았고, 체력을 배로 요하는 역풍 역시 불지 않았다. 전기자전거가 갑자기 고장이 나거나 펑크가 나지도 않아 버리는 시간이 없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전기자전거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에 엄살이 심한 편인데도 체력적으로 버틸 만했고, 덜 힘든 만큼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싹 풀렸다.

 

▲국토종주의 값진 경험, 전기자전거와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참고로 요즘에는 국토종주 인증수첩에 인증 스탬프를 찍을 필요 없이 자전거 행복나눔 앱을 통해 인증센터에 구비된 QR코드로 온라인 인증이 가능하게끔 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인증 역시 인증수첩을 구매해 고유번호를 등록하는 것이 필수지만, 짐을 하나라도 더 줄여야 하는 라이더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굳이 QR코드 인식을 하지 않고도 GPS 상으로 자동 인증이 이뤄져 간편하기까지 하다. 국토종주를 보다 스마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겠다. 

 

▲자전거 행복나눔 앱을 이용해 온라인 인증이 가능하다

 

 

▲물론 인증수첩에 직접 인증 스탬프를 채워가는 것이 국토종주의 묘미다

 


김지연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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