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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본격 시행, IT업계는 초비상상태!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가장 객관적이고 투명한 it 매체 앱스토리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양적인 발전을 이뤘으며, 이제는 양보다도 생활의 질을 따져야 할 때를 맞고 있다. 노동자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고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은 이번 정부의 주된 국정과제였다. 근로자들이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대우를 규정해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의 개정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추진됐고, 주간 노동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안이 지난해 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지난해 7월 1일부터 최장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근로기준법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본격 시행, IT 업계는 비상이다

 

 

워라밸을 위해 필요한 조치, 52시간제

 

주 52시간 근무제는 요약하자면 연장, 휴일근로를 포함해 노동자의 1주일 동안의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이 이와 같이 개정된 것은 실제로 사람의 삶을 해칠 정도로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과다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취업자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763시간으로 집계됐는데, 동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평균보다도 306시간이 더 긴 2,069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전까지 멕시코, 그리스와 함께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 중 한곳에 속했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최대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없게 됐다

 

자료를 더 살펴보자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행복도가 높으며 경제력의 측면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근로시간은 오히려 평균보다도 더 짧게 나타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이 1,298시간, 네덜란드가 1,359시간, 프랑스 1,383시간, 그리고 덴마크가 1,416시간이었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삼자면 독일의 경우는 25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임금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이보다 훨씬 높은 42.4시간에 달했으며, 그마저도 2004년의 48.7시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동일하게 주간 42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세부적으로 따져보자면 주 40시간 이하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49.9%였으며,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52시간 초과 장시간 근로자는 14.9%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주도 하에 근로기준법 개정은 속도를 내서 진행됐고, 또 빠르게 결과를 맺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나치게 길게 일하고 있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4.9%에게 실제적인 효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법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14.9%의 근로자가 장시간의 근로에 고통받고 있으니 이들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덜어내고 다른 이들과 나눠지도록, 다시 말해 이를 분담할 수 있는 대체인력의 고용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이라고 축약해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산업별로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하는 임금근로자는 과연 어느 직종에 있는 노동자들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52시간제는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별로 살펴보자면 장시간 근로의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은 운수업이었다. 운수업 전체 종사자의 29.4%에 달하는 약 23만 명의 근로자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했다. 운수업에 이어 음식숙박업, 부동산업 임대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도 장시간 근로자의 비율이 20% 전후였다. 근로자 수로만 살펴보자면 제조업 종사가 약 69만 명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상기 거론된 업종들은 주 52시간의 제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리고 현업 종사자들의 짐을 덜어낼 대체인력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업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자리의 나눔을 통해 장시간 근로자 각각의 수입은 줄어들더라도, 근로자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만들기 유용한 업종일 수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근로 관행이 만연해 있는 제조업 부문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의 나눔이 일어난다면 7만 7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52시간제 실시 후 실제 고용지표도 호전되고 있는 추세

 

실제로 주 52시간 근로제,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소규모 사업장의 임금이 상승하고 근로시간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월 2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노동시장의 특징’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00인 미만 사업체의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작년 대비 4.4% 증가했으며, 월간 근로시간은 3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식료품, 음료, 고무플라스틱 제조업의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9.7시간에서 10.2시간까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는 월평균 20만 7천 명으로 역시 작년 동기 대비 늘었으며, 고용률은 66.5%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IT 서비스 산업에서의 고민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근로자 개개인의 행복과 일자리의 나눔은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될 지점임에 분명하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둘러싸고 많은 매체들이 시기상조라고 비판하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지표들은 긍정적으로 볼 면모가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 52시간 근로제로는 규제하기 쉽지 않은 산업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 계속 간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IT 업계의 이야기다.

 

  

지표만 봐서는 실제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제대로 체감하기 힘들다

 

현행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의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여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총 26종의 특례업종은 노사합의가 있을 경우 예외가 인정됐으며, 올해 7월부터는 여기에서 운송 및 보건업을 뺀 21개 업종이 예외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업을 포함하는 거의 전 업종이 주 52시간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지금껏 일부 업종이 예외로 제외된 것은 주 52시간제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부는 52시간제 운영을 위해 요금을 인상해야 하고, 또 일부는 모자란 인원을 충원하기 위한 채용을 해야 한다. 현행 주 52시간의 근무시간을 업종의 성격으로 적용하기 힘든 기업은 대안으로 단위기간 3개월 이하의 탄력근로제를 노사 합의로 도입할 수도 있다. 즉, 정부가 시책을 시행함과 함께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하기 위해 협의와 조치가 필요한 기업들에 3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외국인투자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도 IT 기업의 52시간제를 대비한 유연성 확보가 주된 화두로 거론됐다

 

근로제는 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제도로, 근로시간을 일이나 주 단위로 지키는 게 아니라 탄력적으로 조절해 현장 상황에 맞게 노동력을 분산하는 방법이다. 단위기간 3개월 내에서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여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맞추면 되는 방식인 것이다. 여타 업종처럼 상시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납품과 개발, 업데이트 등의 스케줄에 따라 매일 다른 상황을 맞아야 하는 IT 기업들은 대부분 주 52시간 근로제의 실현방법으로 탄력근로제 운영 외에는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유연성 확보를 시작으로 순차적인 개혁이 필요

 

다만 문제는 탄력근로제를 위해 제시된 기간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IT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보호 기업들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행한다. 그리고 정해진 기간 동안 종사자 전원이 정해져 있는 루틴대로, 프로젝트 기간 내내 일주일 52시간의 근무시간을 지켜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IT 산업은 52시간 이상의 장기간 근로가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기에 따라 근무의 강도와 시간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소프트웨어가 기획될 때는 개발자의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개발이 한창일 때는 그 반대가 된다. 제품을 최종 검수하는 QC(품질관리) 담당자들에게는 프로젝트 막판이 되어서야 일이 몰린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의 흐름이 길게는 2년 넘게 지속된다.

 

  

IT 업계는 크런치 모드일 때와 아닌 때의 기복이 격심하다

 

탄력근무제는 잘 운영된다면 IT 산업의 생태를 잘 반영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이 3개월로 제한돼 있다는 점은 문제로 생각된다. 현재 IT 산업 일선에서는 탄력근무제의 제한기간 3개월을 6개월 혹은 그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있다. 지금의 제도하에서라면 ICT 기업은 단기간의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 52시간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기간에만 인원을 늘릴 수 있도록 정규직의 자리를 단기 계약직으로 대체해 채울 수밖에 없다. 혹은 완수에 방점을 찍고 서비스나 콘텐츠의 퀄리티를 포기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텐데, 이는 결국 우리나라 IT 산업의 전반적 경쟁력 저하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많은 IT 업체들이, 특히 영세기업들이 52시간제에 대한 고민이 심하다

 

IT 산업은 업력이 타 산업에 비해 짧은 데 반해 성장의 속도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빨랐다. 그러다 보니 산업 전반에 큰 왜곡이 일어나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전환이 빠르기에 서비스나 콘텐츠의 개발에 요구되는 시간은 짧은데, 노임 단가는 타 산업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개발자가, 산업 종사자가 IT 산업에 매달려 시장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성격이 다른 타 산업의 기준을 IT 산업에 가져다 대고 있으며, 산업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조치에 대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향후 IT 산업 종사자의 삶의 질 향상이 아니라, 계약직의 증가와 업계 전반의 불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 우려된다. 52시간제를 위한 탄력근무제의 완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IT 산업 종사자들도 타 산업 못지않게 ‘워라밸’을 챙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바라본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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