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모두가 즐거운 회사
넵튠 정욱 대표

지난 10월 출시된 넥슨의 스마트폰용 야구게임 ‘넥슨프로야구마스터2013’은 넥슨의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실제 개발사는 따로 있다. 바로 올 초 큰 화제를 몰고 왔던 정욱 대표의 넵튠이 그 주인공이다. 오랫동안 NHN에 근무하면서 한게임 대표 등을 역임했던 정욱 대표는 지난해 한게임을 떠나 올 초 직접 창업에 나서며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 경영자에서 신생 벤처기업의 창업자로 변신한 정욱 대표. 정점의 자리에서 다시 출발선에 선 그를 만나 새롭게 도전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내 나이가 올해 41, 곧 42가 된다. 만약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마침 스마트폰 시장이 이제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시장도 형성되는 시점이었고.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해 많은 고민 끝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첫 작품으로 야구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한게임에 있었을 당시에도 야구게임과 관련된 업무들을 쭉 해왔기 때문에 익숙한 분야였다. 창업을 해서 첫 도전을 하는데 괜히 모르는 분야에 섣불리 접근해 실패하기 보다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됐고, 그것이 바로 야구게임이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야구게임이라고 해도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매니지먼트를 선택했다.
직접 던지고, 치고, 달리는 액션형 스포츠게임을 개발할 경우 그래픽적으로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다. 많은 인력도 필요하고 개발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리스크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뒤가 탄탄하지 않은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또, 매니지먼트 장르가 스마트폰 환경에는 더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한게임이 아닌 넥슨과 손을 잡았다.
아무래도 한게임하고 함께 일을 하기에는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서로 속 사정을 다 알고 있고, 또 안면이 있다보니 사업파트너로서 객관적으로 접근하는데 껄끄러운 부분들이 있다. 넥슨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퍼블리셔니까, 넥슨에서 함께 하자고 했을 때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게임 제목부터가 넥슨프로야구마스터(이하 넥프마)인데, 넥슨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개발했나?
별도의 투자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고, 퍼블리셔와 개발사로서 파트너십만 맺고 있다. 게임 제목을 넥슨프로야구로 한 것은 마케팅효과를 고려한 네이밍이었다. 게임이 잘 되려면 널리 알려져야 하는데 넵튠프로야구라고 하면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넥슨의 이름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관심도가 달라진다.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었던 만큼 많은 업계인들과 교류가 있었을텐데, 넥프마2013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재미있다, 제대로 된 야구게임이다 라는 평들도 있었고, 어렵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특히 인터페이스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아무래도 매니지먼트라는 장르가 라이트한 게임은 아니다보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쉬운 게임은 아닐 것이다.

 

제목에 2013이라는 넘버링이 붙었는데, 시리즈화 시킬 계획인가?
별도의 앱을 출시하는 개념이 아닌 업데이트를 통해 시리즈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내년 이맘때에는 아마도 넥슨프로야구마스터2014로 업데이트 되지 않을까.

 

초기에는 게임이 상당히 버벅이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화면 전환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어떤 방법으로 개선이 이루어졌나?
게임의 특성상 서버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하는데, 그 데이터량이 만만치 않다. 버벅임이 발생하는 것은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간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최적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간 것이 조금씩 효과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완전히 부드러운 전환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게임의 경우 클라이언트 해킹 및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데이터를 서버에서 보관하기 때문에 데이터 송수신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서버와 유저를 연결하는 것 뿐 아니라, 유저와 유저 사이에서도 데이터 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도 버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접속 안한 유저가 오랜만에 접속해보니 선수들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패만 엄청 늘었다. 이런 경우 어떻게 구원할 방법이 없나?
기본적으로 1주일, 게임상에서 한 시즌동안 한 번도 접속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휴면 계정으로 분류돼 리그에 포함되지 않지만, 복귀한 유저에 대한 지원책은 현재로썬 없다. 다른 게임의 경우에는 복귀한 유저에게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기도 하는데, 이런 장르의 게임에서는 어뷰징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장르의 한계이긴 하지만, 오래 즐기다 보면 게임이 지루해 진다. 이런 단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결국은 새로운 콘텐츠 업데이트 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넥프마2013에서는 얼마 전 첫 번째 업데이트로 친구리그를 추가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친구들끼리 자체적인 규칙을 정해 리그를 개최하는 모드인데, 원래 대전은 친구들과 했을 때 가장 재미있는 법이다. 친구 리그처럼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현재 준비중인 다음 업데이트에는 어떤 것이 있나?
두 번째로 준비중인 것은 랭킹전이다. 이 모드에서는 샐러리캡의 제한도 없고, 각 유저가 가진 최고의 전력으로 진정한 세계 최고를 가리게 된다. 스포츠에서 무제한급 체급이 있듯이 게임 내에서도 최고 수준에 이른 유저들이 진검승부를 겨루는 무대가 될 것이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자체 엔진의 개발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우리 게임의 경우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 데이터를 산출하는 시뮬레이터 구축에 많은 신경을 썼다.

 

데이터 이야기를 들으니 궁금증이 생겼다. 스포츠게임에서 선수들의 능력치는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될텐데, 가령 내년에 새롭게 리그에 편성되는 엔씨 다이노스의 경우 이러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능력치를 산출하나?
현재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다.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할 경우에는 결국 주관적인 판단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아직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고민해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최악의 경우 첫 시즌에서는 엔씨 다이노스가 추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카카오톡이 게임 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 했는데, 다른 소셜 플랫폼과의 접목 계획은 없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퍼블리셔인 넥슨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 대답하기 어렵다. 우리 입장에서야 다양한 채널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지만, 넥슨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넥슨과 협의 중에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 카카오톡 게임서비스의 성공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나?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소셜플랫폼을 통한 게임시장의 확장은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개발사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령 캐주얼게임의 경우에는 이제 카톡을 통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 되어버렸는데, 그렇다면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카카오톡에 입점을 고려하고 개발을 해야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개발한 게임이 카카오톡에 100% 입점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압도적인 파워를 가진 플랫폼의 등장은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사 즉,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극히 제한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가령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넥슨이 안되면, 한게임도 있고 네오위즈도 있고, 넷마블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은 카카오톡이라는 슈퍼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러한 선택이 어려워졌다.

 

분위기에 편승해 비슷한 게임들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시장은 예전부터 그랬다. 하나의 게임이 성공하면 그 장르에서 수십종의 신작이 등장하고, 그 속에서 극히 일부의 게임들만이 살아 남는 역사가 반복되어 왔다. 게임 개발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개발사 입장에서 보자면 현재 인기 있는 트렌드에 영합해 검증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주의해야할 것은 이러한 쏠림 현상이 오히려 같은 장르의 게임들 사이의 경쟁을 가속시켜 리스크가 더 커질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카오톡에서도 애니팡의 성공 이후 수많은 퍼즐게임들이 등장했지만, 유저들에게 이름을 알린 게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스타2012는 관람했나? 감상이 어떤가?
관람했다. 모바일게임이 너무 많아서 이제 정말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사이에 온라인게임 기근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차라리 지금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면 경쟁자가 적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올 한 해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를 창업했는데, 주관적인 관점에서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신생 개발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첫 작품의 성공이 향후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캐주얼게임은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다. 성공 여부를 떠나 수명 자체가 짧기 때문이다. 결국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도 수명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코어 게임들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카카오톡 게임서비스의 성공에서 보듯이 소셜네트워크는 이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퍼즐을 개발하든, 스포츠게임을 개발하든, RPG를 개발하든 소셜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보면 이제 스마트폰 게임도 소수 개발자들이 달려들어서 성공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시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준비는 하고 있다. 스포츠는 아니고, RPG 요소가 가미된 게임으로 구상중이다.

 

끝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사업가로서는 당연히 넵튠을 넥슨처럼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오랫동안 대기업에서 근무를 해오다 보니, 똑같은 대기업은 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해 왔다. 대기업들은 몸집이 커서 그렇겠지만, 굉장히 시스템적이고 딱딱하다. 어쩌면 그런 분위기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회사는 전 직원이 동등하다. 팀장도, 심지어 대표라는 직함도 없다. 회사 내에서는 나도 그냥 ‘정욱님’이다. 직합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조직이 갖게 되는 경직된 분위기를 타파할 수 있다. 회사가 잘 되어 규모가 커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고 싶다. 넥슨처럼 거대한 기업이 못 되더라도 즐겁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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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난 정욱 대표는 대기업의 경영자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날려줄 만큼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뛰처나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의 자유로움이 넵튠의 미래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월간 앱스토리 | 석주원 기자

김준혁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