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애플, 그리고 팀 쿡의 애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뜬지도 어느 새 1년이 훌쩍 지났다. 故스티브 잡스는 파란만장한 삶만큼이나 세간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있었기에 아이폰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휴대전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며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서게 만들었다. 팀 쿡이 바통을 넘겨 받은 이후에도 애플은 잡스가 깔아 놓은 레일 위를 그대로 따라 달리는 듯 보였다. 그런데 최근 애플이 노선을 이탈하면서 소비자들을 당혹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독불장군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유명하다. 모든 업무를 스스로 주도해 가야 직성이 풀렸으며 다른 사람의 간섭을 극도로 싫어했다. 게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욕설을 날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결국 그는 이런 성격으로 인해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큰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대로 주저앉아 모든걸 포기하지는 않았다. 후에 잡스는 “애플에서 해고당한 것은 내 생애 최고의 사건이었다”고 당시의 일을 회고하기도 했다. 잡스의 회고에 따르면 애플에서 나오면서 성공에 대한 중압감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새 출발도 순탄치는 않았다. 애플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회사 ‘넥스트’를 설립해 독자적인 OS 개발에 착수했지만 사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으며, 조지 루카스로부터 인수한 ‘픽사’ 역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픽사가 빛을 보게 된 것은 1995년 개봉한 ‘토이스토리’가 대성공을 거두면서였다. 다음 해인 1996년에는 새로운 OS를 모색하고 있던 애플에 넥스트를 매각하면서 다시 한 번 애플과 연을 맺게 됐다. 1997년에는 임시 CEO를 맡으면서 침체일로에 있던 애플의 재건을 떠맡게 됐다. 애플의 경영 일선에 복귀한 잡스는 1998년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의 구세주 아이맥을 출시하면서 잡스는 성공신화의 첫 발을 내딛었다.


▲ 휘청이던 애플의 구세주가 된 잡스와 아이맥

아이맥의 성공은 스티브 잡스 특유의 독불장군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잡스는 임시 CEO를 맡으면서 기존 매킨토시의 라인업을 정리하는 작업에 먼저 착수했다.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종료시키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이 때 살아남은 프로젝트 중에 맥 NC라는 제품이 있었다.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저가형 모델이었던 맥 NC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디자인이었다. 당시 잡스는 맥 NC의 시제품을 자신의 사무실에 비치해두고 감상할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맥 NC는 시장에서 외면받고 만다. 그러자 잡스는 맥 NC를 보다 대중적으로 개량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때 그의 눈에 띈 인물이 바로 애플 감성 디자인의 핵심인 조나단 아이브였다. 잡스가 애플을 떠나 있던 시기에 입사한 조나단 아이브는 혁신이 없는 애플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잡스가 복귀해 그를 중용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애플을 떠나고 말았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기존의 애플 디자인팀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는 늦기 전에 조나단 아이브의 재능을 알아봤고, 이 둘의 만남은 이후 IT 업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놓게 된다. 2001년에는 아이폰 이전 애플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던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선보이며 디지털 음원 시장을 장악했고,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황금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애플을 21세기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이끌었다.

▲ 잡스와 함께 애플의 부흥을 이끈 조나단 아이브는 산업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철학이 담긴 전자제품
애플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감성이다. 흔히 애플의 제품이나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비꼴 때 감성을 많이 거론하기도 하는데, 사실 감성이야 말로 애플 제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감성은 스티브 잡스가 품고 있던 제품철학의 실체화라고 보면 된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해 왔다. 좋은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최고의 세일즈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잡스가 추구한 디자인은 단순히 외형만 아름다운 빛좋은 개살구가 아니었다. 불필요한 기능을 최소화 시켜 간결하면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잡스가 탄생시킨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아이폰을 보면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아이폰은 측면의 전원과 볼륨조절 버튼을 제외하고, 전면에 딱 하나의 물리버튼만을 배치시켜 심플함을 강조했다. 휴대전화라는 특성상 한 손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3.5인치 화면 크기를 고수했으며, 별도의 터치펜이 없어도 손가락이 최고의 도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iOS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찾아볼 수 있는데,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에서도 이슈가 됐던 손가락 액션들이 여기에 속한다.


▲ 강력한 카리스마로 주변을 압도했던 생전의 스티브 잡스

아이폰은 일단 디자인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디자인에 혹해 아이폰을 구입한 사용자들은 이제 iOS가 제공하는 깔끔하고 쉬운 인터페이스에 다시 한 번 매료되기 마련이다. 이는 비단 아이폰과 아이패드 뿐 아니라 아이맥과 맥북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모든 제품에 그대로 적용되어 소비자들을 애플 팬보이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CEO로 복귀한 이후 생산된 제품들에는 하나도 빠짐 없이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다. 또한 잡스는 아이폰의 아이덴티티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이동통신사들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보통 휴대전화 시장은 이동통신사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며 제조사들은 통신사들이 원하는 제품을 납품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잡스는 아이폰을 통해 이러한 관례를 깨고 오히려 이동통신사들이 숙이고 들어오게 만들어 버렸다.

스티브 잡스의 철학은 제품 설계 뿐 아니라 제품의 출시 주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7년 6월 말에 처음으로 출시된 아이폰은 이후 1년에 하나의 모델만을 공개해 왔다.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많은 제품을 출시해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이런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은 반대로 라인업을 최소화 하면서 고급화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무분별하게 제품을 남발하지 않음으로써 제품 자체에 신뢰감을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아이폰1세대의 디자인은 6년이 지난 지금 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잡스의 DNA를 계승한 팀 쿡
작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 왔던 췌장암이 결국은 목숨까지 앗아갔다. 애플의 상징을 넘어, 애플 그 자체로 군림했던 스티브 잡스의 부재는 분명 큰 타격이었다. 불행 중 다행히 잡스는 떠나기 전 애플의 새로운 CEO로 팀 쿡을 세우고 나갔다. 팀 쿡은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적이거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회사를 안정적이고 견실하게 운영하는데에는 오히려 나은 면이 있었다. 팀 쿡은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이후에 새롭게 영입한 인물이었는데, 이전 회사에서도 제조와 유통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잡스가 팀 쿡을 알게 된 것은 1998년으로 마침 애플의 최고 운영 책임자가 사임하면서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당시 애플은 지금과는 달리 쓰러져가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잘 나가던 팀 쿡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회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팀 쿡을 접하게 된 잡스는 단 5분만에 그를 설득해 냈다고 전해진다.

애플에 들어온 팀 쿡은 그때까지 그가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제품 제조와 유통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애플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며 승진을 거듭했다. 2004년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수술로 병가를 냈을 때 잡스의 빈자리를 대신하더니, 2005년에는 최고 운영 책임자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팀 쿡이 이처럼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플이 안고 있던 고질적인 악성 재고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창고에 쌓여 있던 2개월 분의 재고를 1개월로 줄여놓았는데, 이 재고를 다시 2일분으로 축소시킨 것이 팀 쿡이었다. 또한, 팀 쿡은 부품 공급 업체를 100여 곳에서 24개로 대폭 축소시켰고, 공장을 폐쇄하는 한편 폭스콘 같은 외부 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는 구조를 만들어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팀 쿡이 내부에서 애플을 튼실하게 다져나갔기 때문에 잡스는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잡스가 떠난 이후 모두의 예상처럼 팀 쿡이 애플의 새로운 CEO로 전면에 나서게 된다.

팀 쿡이 CEO가 된 후 처음으로 출시한 제품은 아이폰4S였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난 이후 첫 신제품 발표회였던 만큼 팀 쿡의 키노트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키노트 발표를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실망스럽다는 평가였다. 더욱이 모두가 기대했던 아이폰5 대신 아이폰4S가 공개되면서 여러모로 팀 쿡의 첫 키노트 발표는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반면, 아이폰4S는 역대 최고의 실적을 달성하며 잡스가 없어도 애플은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전히 애플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군림했으며, IT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며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적어도 올 가을이 오기 전까지는 잡스의 DNA가 유지되는 듯 보였다.


▲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 팀 쿡. 그리고 그가 처음 키노트를 진행한 아이폰4S

달라진 애플의 DNA
지난 9월 발표된 아이폰5는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공개된 아이폰5는 화면 크기가 4인치로 기존의 아이폰들보다 0.5인치 커졌다. 생전 잡스는 스마트폰도 어디까지나 휴대전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3.5인치가 최적의 크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잡스가 떠난지 1년 만에 애플은 3.5인치에서 조금 커진 4인치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잡스의 주장을 부정해 버렸다. 물론, 아이폰5의 경우에는 세로만 약간 길어진 수준이라 이전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한 손으로 사용하기에 불편함은 없기 때문에 잡스의 철학 자체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진영이 갈수록 큰 화면의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아이폰의 작은 화면에 불만을 가진 사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면 크기 증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스였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보게 되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가 아닐까.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패드 미니 역시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부정했던 제품이었다. 아이패드를 개발해 태블릿PC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거한 스티브 잡스는 경쟁사들의 7인치 태블릿PC에 대해 혹평을 하면서 시장성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7인치 대 태블릿PC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으며, 애플에서도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스티브 잡스의 주장이 모두 옳을 수는 없고, 시장의 트렌드와 패러다임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패드 미니는 시장의 트렌드에 부합한 최고의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 잡스가 부정했던 7인치 태블릿PC를 선보임으로써 팀 쿡은 잡스와 분명한 선을 그었다고도 볼 수 있다

4인치의 아이폰5와 7.9인치의 아이패드 미니는 잡스가 부정했던 제품들이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까지는 잡스의 통찰력에 한계가 있었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아이패드4세대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아이패드4세대는 단순히 시장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제품이 아니라, 그 동안 애플이 쌓아온 사용자와의 신뢰 관계를 무너트린 제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상반기에 아이폰5S가 출시될 것이라는 루머도 흘라나오면서 잡스 복귀 이전의 애플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아이폰5S 소식은 단순 루머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루머가 아이패드4세대를 예측했던 대만 쪽 언론에서 흘러나온데다, 아이폰5가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새로운 아이폰이 예상보다 빠르게 출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미 선례를 남기지 않았나.

보안과 관련해서도 잡스의 애플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허술해졌다. 과거 애플은 신제품 정보를 꼭꼭 숨겨 실제 제품 발표회가 열릴 때까지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팀 쿡이 CEO가 된 뒤로는 루머가 곧 사실로 이어지는 상황이 일상화 되어 버렸다.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의 상세한 정보가 제품 발표회 전에 이미 모두 노출되어 버리면서 과거 잡스가 보여줬던 신비함과 극적인 연출 효과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잡스가 주머니에서 실제 제품을 꺼내기 전까지는 예측할 수 없었던 애플의 신제품이 이제는 출시 전에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가뜩이나 재미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팀 쿡의 키노트를 더욱 김빠지게 만들어 버렸다.


▲ 출시되기 전부터 이미 모든 정보가 유출되어 버렸던 아이폰5

잡스가 있었더라면...?
스티브 잡스가 떠나고 1년 사이 애플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잡스 시절의 마이웨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시장의 트렌드와 사용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애플의 지지자들 중에서는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 왔던 고고한 애플의 모습에 매료됐던 사람들에게 현재 애플의 모습은 분명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사실 잡스가 진정 위대했던 이유는 제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고, 그 철학을 고수하면서 성공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잡스의 이러한 철학은 아직도 애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잡스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이를 견인할 만한 인물이 지금의 애플에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일까?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4세대가 연속적으로 공개된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만약 스티브 잡스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이 흥미로운 주제로 떠올랐다. 3.5인치를 강조했던, 그리고 7인치 태블릿PC를 혹평했던 그가 지금의 애플 제품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일부에서는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팀 쿡을 해고했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지만, 과연 정말 그랬을까? 실제 잡스는 세상을 뜨기 전 팀 쿡에게 “잡스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팀 쿡은 사실 잡스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성격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잡스처럼 언론에 나서길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직설적으로 욕설을 날리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증명해 왔듯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람이다.

애플에 팀 쿡의 DNA가 스며들기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이다. 애플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이후 애플이 어떠한 행보를 걸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를 두고 논쟁을 벌여봤자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다. 어차피 평가는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열광하지만, 사소한 일에 급격히 냉정해 지기도 한다. 팀 쿡의 애플이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면 소비자들이 먼저 외면하게 될 것이다.

▲ 두 사람의 상반된 성격 만큼 애플의 DNA도 변화되어 갈 것이다

월간 앱스토리 | 석주원 기자

김준혁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