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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SI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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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민국 국무총리 산하의 행정처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독점 및 과점을 방지하며 부당한 공동행위와 불공정거래를 규제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자 하는 기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를 정의 내릴 수 있다. 법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경영을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지만,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법원의 1심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는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등 이들의 행위를 옥죌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다. 이런 그들이 최근 주목하고 또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의 행위는 바로 ‘일감 몰아주기’다.

 

 

공정위의 칼끝이 SI업종을 향하다

 

취임 2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그룹의 저격수로 이야기되곤 한다. 실제로 대기업 제재와 관련한 그의 취임 이후의 성과는 눈부시다. 재벌그룹의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폐단을 낳아온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낸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순환출자란 3개 이상의 계열출자로 연결된 회사가 모두 계열출자회사 및 계열출자대상회사가 되는 관계를 말한다. 순환출자 방식은 적은 자본으로 많은 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한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게 되면 순환출자 구조 내에 속한 전체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지니고 있는 방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에 있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그룹사들이 순환출자 방식이 아닌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집단도 존재하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순환출자 방식을 통해 회사의 소유, 지배구조 투명성을 훼손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형태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5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작년 5월 1일 지정 당시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이 보유한 93개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재 10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규제가 이뤄진 이후 롯데는 67개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부 정책들은 기업의 생리를 감안하지 않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기업 그룹사들을 제재하고 있는데, 지난 5월에 칼날을 겨눈 분야는 삼성SDS 등 대기업 계열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에 총수 일가가 소유한 SI업체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일감을 외부에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의 SI업종 규제 향한 확고한 태세

 

작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SI업체의 그룹사 내부거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작년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총수 일가가 SI업체 등 그룹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계열 SI업체 50여 곳에 내부거래의 비중, 내부거래에서 수의계약이 차지하는 비중 등의 내용을 포함한 질의서를 발송했으며 또 답변을 수령했다. 이는 가까운 시일 내에 SI업체에 대한 실태조사가 시작될 것을 예고한 것과 다를 바 없다.

 

SI 일감 몰아주기 규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SI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SI는 시스템 구축(System Integration)의 약자로, 네트워크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IT와 관련된 요소들을 결합시켜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SI업체들은 SI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수주를 받아 시스템을 구축하고, 또 유지, 개발, 보수를 지속하는 형태로 보수를 수취하며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SI업종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업종별 매출액에서 게임, 포털 서비스를 넘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종으로, 많은 기업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시스템 구축 업종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들이 자사의 SI작업을 그룹사 내의 다른 회사를 통한 ‘내부거래’로 행하고 있는 행태를 적발하고자 하고 있다. 자유경쟁을 배제하고 내부의 회사들에 수주를 주는 ‘일감 몰아주기’의 형태로 대기업의 SI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견 공정거래위원회의 타겟팅은 적절해 보인다. 업무를 수주할 다른 업체들이 실로 많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업체들에 수의계약의 형태로 일감을 몰아주는 현상은 분명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외치고 있는 것은 ‘보안의 중요성’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견제하고 있는 대기업의 SI 일감 몰아주기는 분명하게 비중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60개 대기업집단 소식 SI업체들의 내부거래의 평균 비중은 2017년 기준 67.1%에 달한다. 4대 그룹사 소석 SI업체들의 내부거래 비중도 낮은 경우가 40%, 높게는 90%를 넘어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SI업체의 내부거래를 매출로 따지자면 2013년 8.4조 원을 기록한 이래 매년 7조 원을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ICT의 R&D가 증가하면서,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SI업체들의 내부거래는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현상을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SI를 외부의 기업이 아닌 관계사, 계열사에서 진행하는 것은 단순한 일감 몰아주기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 대기업 SI 관계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내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그룹사의 IT 시스템을 SI업체가 모두 들여다보게 된다는 이야기며, 회사의 핵심 기술과 정보들을 내부 업체가 아닌 외부에 맡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관계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SI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태도는 임명 이후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일부에서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구하지 않는 SI업무의 경우에는 외부의 중소업체에 수주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시스템의 구축만 내부 업체들에 맡기는 형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작든 크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ICT에 투자하고 있는 현 상황에, 사안의 중요도를 나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SI 일감 몰아주기의 의심을 사고 있는 기업들은 현재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SI업종만은 예외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SI업종을 예외로 둘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방향은 옳지만 방법은 되짚어봐야

 

그러나 실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SI업종을 대하는 태도는 명확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대기업집단 계열사와 소속 SI업체간 내부시장 고착화 원인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이라는 의제로 연구용역을 시행한 바 있다. 이 용역의 발주 목적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이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부당한 경쟁상 우위를 얻고 있다”며, “역량 있는 중소 SI업체들의 성장 기회가 제약될 우려가 있다”라고 명시한 바 있다. SI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겠다는 방향성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회사의 자산인 정보를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규제가 이뤄질 경우, 대기업 SI업체들의 향후의 사업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조달시장에서 대기업 SI업체들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금번 SI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될 경우, 대기업 SI업체들은 내부업체들의 SI는 물론 여타 대기업, 공공기관의 SI를 수주하는 것도 힘들어지게 된다.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는 메시지는 대기업에게 SI업종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SI 규제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현재의 상황은 자칫 잘못 읽히면 ICT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됨에 따라 정보 자체가 자산인 상황 속에서, 외부 반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임의로 차단하는 형국으로 읽힐 수도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가장 높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업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종국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의 길을 단절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금까지의 활동의 방향은 올바르다. 다만 곧 시행될 SI 일감 몰아주기 규제만큼은 ICT 시장 전반의 변화상을 읽고, 재고해 볼 필요가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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